20세기 유럽미술 거장 6명을 한데 모은 베이징 UCCA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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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박종영의 아트차이나지난 11월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베이징 UCCA'(울렌스현대예술센터)에서 '모더니즘 산책:베를린 국립 베르그루엔 미술관 소장전'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에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 폴 클레(1879-1940), 앙리 마티스(1869-1954), 자코메티 알베르토(1901-1966), 폴 세잔(1839-1906), 조르주 브라크(1882-1963) 등 6명의 20세기 모더니즘 예술 거장의 대표작 100여점이 걸려 있다.
주제는 '모더니즘 산책(现代主義漫步)'인데, 그 취지는 사람들이 20세기 현대 예술역사를 산책하듯 거닐며 모더니즘의 다양성과 그 변혁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전시회는 주제나 예술가에 따라 챕터를 정하지 않고, 작품의 창작 순서에 따라 전시했다. 여섯 예술 거장들의 창작 맥락의 연원과 상호 간의 영향을 보여주고, 관람객들에게 20세기 유럽 예술 창의력의 발흥과 발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전시장소인 UCCA는 베이징 798예술구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자리잡은 미술관이다. 벨기에인 울렌스 부부가 2007년 설립했다. 울렌스 남작은 어린 시절 베이징 주재 외교관인 부모님이 고미술품을 소장하는 걸 보며 자랐고, 자신도 사업을 하며 예술품 소장에 관심을 가졌다.
'모더니즘 산책' 전시장에 들어서면 현대 예술 발전 과정의 핵심 인물인 마티스, 피카소, 자코메티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폴 세잔의 작품을 가장 먼저 보게된다. 세잔이 비교적 이른 활동시기인 1885년과 1890년에 아내를 그린 초상화가 나오고, 이어 피카소가 시기 별로 창작한 40점이 한데 모여 70여 년의 예술 창작 발전 맥락을 일람할 수 있다.
관객들은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를 개척한 조르주 브라크의 'Still Life with Pipe'(1914)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화면 구도와 무늬에 대한 브라크의 독특한 연구뿐만 아니라, 이들 두 입체파의 선구자가 어떻게 긴밀히 협력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를 강조하고 있다.그 다음은 20세기 초반 전위 예술을 추구함에 있어 피카소와 시종 적과 동지의 관계를 유지해 온 앙리 마티스이다. 야수파의 창시자인 마티스의 작품 10점은 인체 연구에 초점을 맞춘 조소와 목탄 작품부터 지중해의 풍경, 생동감 있는 색채의 실내 풍경화, 예술 생애 중후반까지 형식과 색채의 결합으로 혁신적인 예술 표현을 '탐색한 전지'(paper cutout)작품까지 망라하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UCCA의 '마티스의 마티스(Matisse by Matisse)'전을 통해 마티스의 전 생애를 돌아본 베이징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는 모더니즘 예술의 선구적인 개척적 탐구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클레의 대표작 30여점중 우아한 추상 풍경화들은 클레가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가르칠 때 받은 영향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인물 형상이 특이한 'Child’s Play'(1939)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가뿐함과 유쾌함은 흡사 그 창작 이전 10년 간의 정치적 폭력과 초기 사회갈등의 어두움에 대한 반격처럼 보인다. 반면 피카소의 'Reclining female Nude'(1942)와 같은 동시기의 다른 작품들은 전쟁 시기에 감돌았던 폐쇄적인 공포와 불안감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타임라인을 따라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관객들은 자코메티의 조각품 두 점을 만나게 되는데, 그 앙상한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유럽의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가졌던 인류의 생존에 대한 의구심과 고독감을 표현한다. 전시의 마지막은 거장들의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끝난다.
마티스의 '열정적인 전지' 작품과 피카소 말기의 항쟁과 운치로 가득 찬 'Matador and Nude'(1970)과 같은 작품을 통해 모더니즘 예술 거장들 간의 지속적인 상호 계발과 영향을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