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활약에 기름·가스값 안정, 한숨 돌린 한국경제 [원자재 이슈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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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원자재 시장 10대 뉴스
OPEC의 분열과 지정학적 이벤트에도 원유 시장 안정
오렌지주스 커피 코코아값은 급등
니켈과 리튬 가격은 폭락
원자재 시장은 2023년에도 연초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한 해를 지나왔다. 미국은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침체에 빠지지 않았고, 중국은 코로나19 셧다운을 풀었지만, 경기는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끝없이 가격이 오르던 친환경 관련 광물 중 일부는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더 이상 원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여파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미국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원유 생산량을 끌어 올렸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부문에서도 세계 1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이며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렸다. 덕분에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악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지난 한 해 원자재 시장에선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주요 외신을 종합해 원자재 시장의 10대 뉴스를 꼽았다.
①뭉치는 미국 석유기업, 분열하는 OPEC
미국 석유 업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드라이브 때문에 다소 위축될 것이란 예상과 정반대로 르네상스를 맞았다. 미국은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석유 수출국이 됐고 에너지 기업들은 돈벼락을 맞았다.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초대형 인수합병(M&A)에 자금을 쏟아붓는 등 생산량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엑손모빌은 작년 10월 595억달러(약 81조원)에 텍사스 퍼미안 분지 최대 유전을 보유한 파이오니어를 인수했다. 셰브런은 작년 11월 가이아나 등의 해외 유전 사업권을 확보한 석유개발기업 헤스를 530억달러에 인수했다. 반면 OPEC는 담합행위를 했음에도 미국 때문에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앙골라가 조직에서 탈퇴하는 등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②호주 천연가스전 파업에도 안정된 가스값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와 친환경 저탄소 흐름 속 석탄의 대체재 수요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천연가스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미국이 LNG 시장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서는 등 수출량을 늘린 덕분이다. 러시아에서 오는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독일 등 유럽 각국은 미국 천연가스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노드스트림 가스관 파괴 후 2022년 8월 ㎿h당 339유로까지 치솟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32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과 일본 시장의 LNG 가격도 2022년 100만BTU(열량 단위)당 최고 68달러대에서 지난해 말 11달러대로 안정됐다.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휘트스톤과 고르곤 가스전 노동자들이 작년 9~10월 파업을 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유럽 가스값이 ㎿h당 50유로대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③리튬 공급과잉과 가격 수직 낙하
'하얀 석유'로 불리며 각광 받던 리튬 가격이 급락했다. 상하이 비철금속 거래 시장에서 탄산리튬 현물 가격은 t당 8만6500위안까지 떨어졌다. 2022년 11월 t당 59만7500위안까지 치솟았던 리튬값은 80% 이상 폭락했다. 전기차용 리튬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으나,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었던 반면 공급이 수요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내년 전망도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이달 초 전 세계 리튬 공급량이 올해 40% 증가해 탄산리튬 기준으로 140만t 이상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호주와 라틴 아메리카의 생산량은 각각 22%와 29% 증가하고 아프리카도 짐바브웨의 프로젝트로 인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④파나마 초대형 구리광산 폐쇄
캐나다 광산기업 퍼스트퀀텀미네랄(FQM)과 한국광해광업공단(옛 광물자원공사)가 천신만고 끝에 개발에 성공한 초대형 구리광산 코브레 파나마가 폐쇄 위기를 맞았다. 수개월에 걸친 시위와 정치적 압력 끝에 11월 말, 파나마 대법원은 이 광산의 채굴 계약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정부는 광산 폐쇄 명령을 내렸다.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시위를 지지하고 광산 운영 중단을 촉구하는 동영상을 공유했다. 세계 구리 생산량의 1%에 달하는 35만t의 물량 공급 차질이 예상되며, 기존 6%에 달했던 파나마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하향될 전망이다.
⑤사상 최고가 기록한 금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071.8달러(뉴욕상품거래소 기준)로 2023년 장을 마감했다. 금은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올해도 금값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도 강력하다. 공급 측면에선 세계 최대 금광기업 뉴몬트(Newmont)가 작년 11월 호주의 대형 금광업체 뉴크레스트 마이닝(Newcrest Mining)을 인수하면서 시장 지배기업으로 떠올랐다. JP모간 체이스는 올해 4분기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175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루스 크로웰 런던금시장협회(LBMA) 대표는 “경제·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이 각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⑥중요 광물 시장에서 힘자랑한 중국
작년 7월 중국은 미국 및 유럽과의 기술·무역 전쟁 확대 상황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두 가지 금속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해외로 선적하기 시작하거나 계속하려면 중국 상무부에 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해외 구매자와 신청에 대한 세부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갈륨 공급의 94%, 게르마늄 공급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두 금속은 칩 제조, 통신 장비 및 국방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전문 용도로 사용된다. 중국은 작년 10월엔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흑연 제품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전 세계 흑연의 90% 이상을 전기차 배터리 음극에 사용되는 소재로 정제하는데 이 소재 역시 중국이 대부분 생산한다. 지난달엔 희토류 자석을 만드는 기술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미 중요 물질을 추출하고 분리하는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⑦희대의 니켈 사기 사건, 급락한 시세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연초 t당 3만달러에 달했던 니켈 가격은 연말 t당 1만6000달러대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부진했고, 코발트가 풍부한 인도네시아의 공급은 증가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작년 초 세계 최대 원자재 브로커인 스위스 트라피구라가 6억원 규모 니켈 사기를 당했다며 인도 기업인 TMT 메탈, UD 트레이딩 그룹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가치 없는 돌멩이를 선적해 배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측은 트라피구라 소속 트레이더가 이 같은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⑧15년만에 최고가 기록한 우라늄
작년 11월 우라늄은 원전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15년 만에 처음으로 파운드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우라늄정광(옐로케이크) 공급량은 1억4500만 파운드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연간 수요는 1억80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60개의 원전이 건설 중이며 더 많은 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다. 뒤늦게 자본이 우라늄 채굴과 원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향후 몇 년간 우라늄 공급 부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⑨급등한 코코아, 커피 가격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해 70% 넘게 올라 46년 만에 최고가(t당 4478달러)를 기록했다.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일대가 홍수와 검은 곰팡이병 등으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커피콩(아라비카) 선물가격도 지난해 27%가량 올랐다. 주요 생산지로 분류되는 브라질의 건조한 기상으로 공급 압박 우려가 부각되면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냉동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도 지난해 80%가량 뛰었다. 오렌지의 주요 재배지인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생산량이 질병과 잦은 폭풍으로 인해 감소한 탓에 작년 12월 한때 파운드당 4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⑩기상이변 속 브라질, 러시아 풍년, 캐나다 선방
우크라이나산 밀의 수출 차질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풍년이 들어 북한 주민들까지 수혜를 입었다. 여름철 러시아에서 밀 농사에 적합한 날씨가 지속하면서 밀 수확량이 역대 최고 수준인 1억t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7520만t)보다 약 33% 늘어난 수준이다. 캐나다도 우려했던 것만큼 흉작은 아니었다. 통계청은 올해 전체 밀 생산량을 3200만t으로 추정했다. 이는 6년 만에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지만 당초 추정치인 2980만t보다는 증가했다. 새로운 추정치는 로이터 설문조사에서 업계 평균 예상치인 3110만t도 상회했다. 옥수수 시장에선 브라질이 농사가 잘되면서,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OPEC의 분열과 지정학적 이벤트에도 원유 시장 안정
오렌지주스 커피 코코아값은 급등
니켈과 리튬 가격은 폭락
원자재 시장은 2023년에도 연초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한 해를 지나왔다. 미국은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침체에 빠지지 않았고, 중국은 코로나19 셧다운을 풀었지만, 경기는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끝없이 가격이 오르던 친환경 관련 광물 중 일부는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더 이상 원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여파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미국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원유 생산량을 끌어 올렸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부문에서도 세계 1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이며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렸다. 덕분에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악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지난 한 해 원자재 시장에선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주요 외신을 종합해 원자재 시장의 10대 뉴스를 꼽았다.
①뭉치는 미국 석유기업, 분열하는 OPEC
미국 석유 업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드라이브 때문에 다소 위축될 것이란 예상과 정반대로 르네상스를 맞았다. 미국은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석유 수출국이 됐고 에너지 기업들은 돈벼락을 맞았다.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초대형 인수합병(M&A)에 자금을 쏟아붓는 등 생산량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엑손모빌은 작년 10월 595억달러(약 81조원)에 텍사스 퍼미안 분지 최대 유전을 보유한 파이오니어를 인수했다. 셰브런은 작년 11월 가이아나 등의 해외 유전 사업권을 확보한 석유개발기업 헤스를 530억달러에 인수했다. 반면 OPEC는 담합행위를 했음에도 미국 때문에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앙골라가 조직에서 탈퇴하는 등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②호주 천연가스전 파업에도 안정된 가스값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와 친환경 저탄소 흐름 속 석탄의 대체재 수요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천연가스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미국이 LNG 시장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서는 등 수출량을 늘린 덕분이다. 러시아에서 오는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독일 등 유럽 각국은 미국 천연가스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노드스트림 가스관 파괴 후 2022년 8월 ㎿h당 339유로까지 치솟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32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과 일본 시장의 LNG 가격도 2022년 100만BTU(열량 단위)당 최고 68달러대에서 지난해 말 11달러대로 안정됐다.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휘트스톤과 고르곤 가스전 노동자들이 작년 9~10월 파업을 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유럽 가스값이 ㎿h당 50유로대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③리튬 공급과잉과 가격 수직 낙하
'하얀 석유'로 불리며 각광 받던 리튬 가격이 급락했다. 상하이 비철금속 거래 시장에서 탄산리튬 현물 가격은 t당 8만6500위안까지 떨어졌다. 2022년 11월 t당 59만7500위안까지 치솟았던 리튬값은 80% 이상 폭락했다. 전기차용 리튬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으나,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었던 반면 공급이 수요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내년 전망도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이달 초 전 세계 리튬 공급량이 올해 40% 증가해 탄산리튬 기준으로 140만t 이상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호주와 라틴 아메리카의 생산량은 각각 22%와 29% 증가하고 아프리카도 짐바브웨의 프로젝트로 인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④파나마 초대형 구리광산 폐쇄
캐나다 광산기업 퍼스트퀀텀미네랄(FQM)과 한국광해광업공단(옛 광물자원공사)가 천신만고 끝에 개발에 성공한 초대형 구리광산 코브레 파나마가 폐쇄 위기를 맞았다. 수개월에 걸친 시위와 정치적 압력 끝에 11월 말, 파나마 대법원은 이 광산의 채굴 계약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정부는 광산 폐쇄 명령을 내렸다.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시위를 지지하고 광산 운영 중단을 촉구하는 동영상을 공유했다. 세계 구리 생산량의 1%에 달하는 35만t의 물량 공급 차질이 예상되며, 기존 6%에 달했던 파나마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하향될 전망이다.
⑤사상 최고가 기록한 금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071.8달러(뉴욕상품거래소 기준)로 2023년 장을 마감했다. 금은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올해도 금값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도 강력하다. 공급 측면에선 세계 최대 금광기업 뉴몬트(Newmont)가 작년 11월 호주의 대형 금광업체 뉴크레스트 마이닝(Newcrest Mining)을 인수하면서 시장 지배기업으로 떠올랐다. JP모간 체이스는 올해 4분기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175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루스 크로웰 런던금시장협회(LBMA) 대표는 “경제·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이 각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⑥중요 광물 시장에서 힘자랑한 중국
작년 7월 중국은 미국 및 유럽과의 기술·무역 전쟁 확대 상황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두 가지 금속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해외로 선적하기 시작하거나 계속하려면 중국 상무부에 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해외 구매자와 신청에 대한 세부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갈륨 공급의 94%, 게르마늄 공급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두 금속은 칩 제조, 통신 장비 및 국방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전문 용도로 사용된다. 중국은 작년 10월엔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흑연 제품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전 세계 흑연의 90% 이상을 전기차 배터리 음극에 사용되는 소재로 정제하는데 이 소재 역시 중국이 대부분 생산한다. 지난달엔 희토류 자석을 만드는 기술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미 중요 물질을 추출하고 분리하는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⑦희대의 니켈 사기 사건, 급락한 시세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연초 t당 3만달러에 달했던 니켈 가격은 연말 t당 1만6000달러대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부진했고, 코발트가 풍부한 인도네시아의 공급은 증가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작년 초 세계 최대 원자재 브로커인 스위스 트라피구라가 6억원 규모 니켈 사기를 당했다며 인도 기업인 TMT 메탈, UD 트레이딩 그룹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가치 없는 돌멩이를 선적해 배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측은 트라피구라 소속 트레이더가 이 같은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⑧15년만에 최고가 기록한 우라늄
작년 11월 우라늄은 원전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15년 만에 처음으로 파운드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우라늄정광(옐로케이크) 공급량은 1억4500만 파운드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연간 수요는 1억80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60개의 원전이 건설 중이며 더 많은 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다. 뒤늦게 자본이 우라늄 채굴과 원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향후 몇 년간 우라늄 공급 부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⑨급등한 코코아, 커피 가격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해 70% 넘게 올라 46년 만에 최고가(t당 4478달러)를 기록했다.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일대가 홍수와 검은 곰팡이병 등으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커피콩(아라비카) 선물가격도 지난해 27%가량 올랐다. 주요 생산지로 분류되는 브라질의 건조한 기상으로 공급 압박 우려가 부각되면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냉동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도 지난해 80%가량 뛰었다. 오렌지의 주요 재배지인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생산량이 질병과 잦은 폭풍으로 인해 감소한 탓에 작년 12월 한때 파운드당 4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⑩기상이변 속 브라질, 러시아 풍년, 캐나다 선방
우크라이나산 밀의 수출 차질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풍년이 들어 북한 주민들까지 수혜를 입었다. 여름철 러시아에서 밀 농사에 적합한 날씨가 지속하면서 밀 수확량이 역대 최고 수준인 1억t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7520만t)보다 약 33% 늘어난 수준이다. 캐나다도 우려했던 것만큼 흉작은 아니었다. 통계청은 올해 전체 밀 생산량을 3200만t으로 추정했다. 이는 6년 만에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지만 당초 추정치인 2980만t보다는 증가했다. 새로운 추정치는 로이터 설문조사에서 업계 평균 예상치인 3110만t도 상회했다. 옥수수 시장에선 브라질이 농사가 잘되면서,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