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하고 떠난 추경호…'3선 도전' 응원한 기재부 '논란'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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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의 인사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435503.1.jpg)
통상 역대 부총리들은 이임식을 청사 대강당에서 진행했다. 부총리가 높은 연단에 서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면, 직원들이 경청하는 다소 딱딱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임식을 진행하고 싶다는 추 부총리의 요청에 따라 휴게공간이 있는 중앙동 4층 로비에서 열렸다.기재부 직원들은 계단에 걸터앉거나 선 채로 자유롭게 추 부총리의 발언을 경청했다. 무대 중앙에 선 추 부총리는 직원들이 내려다보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친정에 다시 돌아와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당시 경제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았지만 ‘기재부는 해낼 수 있다’, ‘기재부 식구들 믿는다’는 말을 했었다”라며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속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생 현장은 여전히 어렵고 곳곳에 경제 숙제들이 남아있지만 능히 이겨내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을 응원했다. 이날 이임식엔 200여명의 기재부 직원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연신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추 부총리는 올 초 기재부 공무원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435538.1.jpg)
특히 무대 중앙에는 빨간색의 ‘달성FC’ 유니폼을 입고 3개의 선이 그려진 이른바 ‘삼선’ 슬리퍼를 양손에 들고 ‘삼선’ 축구공을 드리블하는 추 부총리의 합성 사진도 등장했다. 내년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국회의원 ‘3선’에 도전하는 추 부총리의 선전을 사실상 응원한 것이다. 특히 빨간색은 추 부총리가 소속된 국민의 힘을 상징하는 색깔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측은 “일부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가져다 붙인 것”이라며 “기재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내건 플래카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 소통하기를 원했던 추 부총리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도 이날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 다시 민생의 바다로 간다”라며 “눈살 찌푸리게 하지 않고 국민 사랑과 신뢰받는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임사를 마친 추 부총리는 직원들을 향한 큰 절로 감사 인사를 마무리했고 직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