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실장 전원 교체…민생 정책 속도 낸다

쇄신 인사로 '용산 2기' 출범

정통관료 출신 이관섭 비서실장
수석 시절 과감한 추진력 인정
규제 더 빠르게 풀라는 의도
"당·정·대 변화 필요성 공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를 비롯한 대통령실 신임 실장 내정자 세 명이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이 비서실장 내정자, 성태윤 정책실장 내정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2기 대통령실 참모진’을 확정하면서 내년부터 정부 정책의 추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기 대통령실이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체화하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에 적합한 인물로 채워졌다면 2기 대통령실은 성과를 내고 과감한 민생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졌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운영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이관섭 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자원실장 산업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에이스 공무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부 1차관을 지낸 뒤 공직생활을 마쳤다.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냈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히고 사표를 내기도 했다. 이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8월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이후 국정기획수석으로 명칭 변경)으로 발탁됐다. 지난달 정책실이 신설되면서 첫 실장을 맡기도 했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난 게 강점으로 꼽히지만 정무 감각도 남다르다는 평가가 있다. 김영삼 정부 때 행정관으로 파견돼 박세일 정책기획수석을 보좌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류우익 비서실장의 보좌관을 맡았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도 지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관료지만 관료 같지 않게 과감한 판단을 많이 내리는 성격”이라며 “정치 분야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국정기획수석으로 일할 때부터 정무 분야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고 했다.그는 업무 조율 능력과 추진력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초 ‘주 69시간 근로’ 논란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 관련 업무를 기존 사회수석이 아니라 이관섭 당시 국정기획수석이 맡으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정부 부처 일각의 반대를 뚫고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가 취임하면 정부 정책이 유연해지고 추진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관료조직에서 추진하지 못하던 과감한 민생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규제를 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해 규제혁신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비서실장의 업무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 조직 개편으로 비서실과 정책실이 나눠졌지만, 이 내정자가 누구보다 정책 분야를 잘 꿰고 있기 때문에 정무나 인사 등 비(非)정책 분야 업무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가안보실 영역을 제외한 국정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을 한꺼번에 바꾼 데는 대통령실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수석 비서관을 전면 교체할 당시 김대기 실장은 유임시키기로 했다가 한 달 만에 교체를 결정한 건 그사이 변화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각계 의견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내정자 역시 지난달 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가 한 달여 만에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권 전체적으로 쇄신과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대통령실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실장 세 명이 한꺼번에 바뀐 것 자체가 쇄신과 혁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기 실장은 이날 자신의 사임에 대해 “지금까지 다섯 번 청와대 및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는데 지금처럼 국내외 여건이 어려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분이 신뢰하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