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이야기] 비트코인 버블을 논할 시기는 지났다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2월13일 한국투자증권은 ‘자산 가격 버블진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나스닥 시장의 버블 가능성은 낮지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버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로그주기패턴 모형(LPPL)’ 분석 방법은 버블 붕괴 직전 작은 사건이 특징적인 패턴으로 반복해 나타난다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 졌는데 붕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LPPL 모형 분석 방법은 지진 등 특정 주기의 진동이 축적되다가 붕괴로 이어지는 현상을 모델링하는데 사용하다가 이후 주식이나 주택 가격, 금융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예측하는데 활용돼 지난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예측한바 있다고 한다.

인류 역사에 버블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17세기 역사상 최초 버블로 알려진 네덜란드 튤립 버블이 있었다. 그리고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남해회사 버블과 미시시피회사 버블이 발생했는데 두 버블의 공통점은 회사 주식을 국채와 연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일종의 금융사기에 불과했다.

튤립 버블의 경우 화려하고 특이한 종류의 튤립이 고가에 거래되면서 그 가치가 실물 경제와 관련이 있었으나 천정부지로 뛰던 튤립 가격이 폭락하게 된 이유는 투자자들이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투매가 시작됐다. 4개월 만에 99.9%의 가치가 사라지며 버블이 꺼졌다. 남해회사와 미시시피회사는 전통적인 무역과 금융 활동에 기반을 두었으나 기대했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붕괴해 주가 폭락 후 공중분해됐다.남해회사 사태로 정권과 왕실까지 위기에 처하자 영국 의회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회계감사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후 자금 조달 사업에는 제3자에 의한 회계감사가 필수가 돼 이는 공인회계사 제도의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국가의 무한정 화폐 발행에 따른 서민의 피해에 분노한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탄생된 비트코인은 채굴단가와 유통가격 간 큰 괴리감이 없어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자로 돌아서면 채굴을 포기하게 되므로 공급 물량이 줄어 가격이 자동으로 안정화 되는 물리적 형태가 없는 디지털 자산이며 가치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규제, 기술 발전 등에 영향을 받아 왔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중앙기관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며 미래의 디지털 통화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이미 인터넷으로 연결된 범세계적 시장이 존재하여 향후 메타버스 세계의 가치 저장과 거래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특히 비트코인이 버블이 아니며 역사상 존재했던 버블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 국가의 영향력 보다 독립적인 시장 요인(채굴량 감소 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 최근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 임박 소식 등 점차 기존 금융 산업의 정식상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엘살바도르를 비롯하여 여러 국가에서 법정화폐로 공식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버블 여부를 논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다만 향후 비트코인이 완전한 투자 상품으로 또는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성공 요건에는 금융시스템의 규제에 의한 안전성 확립이 가장 중요한데 규제의 부재는 사기 및 금융 범죄의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에게 불안을 안겨줄 수 있기에 비트코인이 미국 등 세계 각국 제도권에 안착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버블은 비눗방울과 같이 부풀어 오르다 한번 터지면 다시는 버블을 형성하지 못한다.마찬가지로 역사상 나타났던 모든 버블 사태는 붕괴 후 영원히 사라지거나 가격을 회복했던 사실이 없는 반면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가치 등락 후 반복적으로 가격을 회복해 왔다.

따라서 지금은 비트코인의 버블 여부를 따질게 아니라 미래 가치가 어느 수준에 도달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할 때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신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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