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장 "정치는 경청·역지사지" 한동훈 "대화·타협 배우겠다"

韓, 첫 공식일정으로 의장 예방…김의장, 이태원특별법 합의 처리 당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오전 취임 인사차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한 위원장의 김 의장 예방은 지난 26일 취임한 이후 첫 공식 일정이다.

이날은 국민의힘 상임전국위 의결을 거쳐 비대위가 출범하는 날이기도 하다.
김 의장은 집무실을 찾은 한 위원장에게 "나도 공직 생활을 오래 하다 정치권에 온 지 20여년이 되다 보니까 점점 더 본질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다"며 "공무원이나 정치인이나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건 똑같은데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치라는 건 적어도 20만, 30만명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들로 회의체를 구성해서 결정한다는 데 본질적 차이가 있다"면서 "그러려면 소통이 잘 돼야 하고, 결국 내가 상대하는 한 사람 한 사람 뒤에 항상 20만, 30만명의 눈동자가 있다는 걸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20만, 30만명의 국민을 생각해 그분 말을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의 본령을 해 나가려면, 상대방 말을 경청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한 위원장이 워낙 용모도, 머리도, 말씀도 스마트하셔서 잘해 나갈 거라 믿는다"고 덕담했다.

김 의장은 한 위원장의 취임 연설을 거론, "'동료 시민들과 함께 그분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말씀이 와닿더라"며 "제일 먼저 동료 시민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좀 더 노력도 하면 많은 국민이 진정성을 느끼지 않겠나. 앞으로 국민을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가려는 좋은 정치인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의장님을 장관 하면서도 뵐 기회가 있었고 개인적으로 말씀할 기회도 있었는데 의장님의 품격과 상생의 기본 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시는 것에 대해 평소부터 존경해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저는 이제 여당을 이끄는 사람이지만, 그리고 항상 이런 상황에서 충돌이 없을 수 없는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말씀하신 정신을 잘 생각하면서 공통점을 잘 찾고 대화와 타협 정신을 더 배우겠다. 제가 부족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을 할 때 의장님께서 지금과 비슷한 여러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때도 말씀을 듣고 이 부분을 많이 배워야겠다고 늘 생각했다"며 "그 말씀 항상 기억하면서 공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비공개 환담에서 김 의장은 한 위원장에게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오는 1월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고 조경호 의장 비서실장이 전했다.

조 실장은 이에 대한 한 위원장의 답변을 기자들이 묻자 "의장이 한 위원장에게 당부한 것까지만 발표하기로 했다"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함께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아 지난 27일 선종한 천주교 원로 고(故) 정의채(세례명 바오로) 몬시뇰을 조문했다.

한 위원장은 성당 측 관계자에게 공존·공생·공영의 가치를 강조한 정 몬시뇰의 저서를 감명 깊게 읽었다며 고인을 기렸다.

조문에는 박정하 수석대변인, 김형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이 함께했다. 한 위원장은 조문 전후로 마주친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셀카'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