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이것' 즐겨먹었는데"…한파에 가격 폭등 '초비상'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한파 영향에 송년회 수요 겹치자
상추 가격 두 배 뛰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전국적인 한파와 폭설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연말 송년 시즌에 수요가 급증하는 상추와 깻잎은 전주 대비 가격이 두 배가량 뛰며 농산물가격지수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KAPI는 197.17포인트로 최근 3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KAPI는 9월 27일 207.49포인트를 찍은 이후 지속 하락하다가 겨울 날씨에 접어든 이달 14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최근 3개월 KAPI(자료=테란)
테란에서 집계 중인 22개 작물 중 18개 작물이 지난주보다 도매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률이 높은 작물은 상추, 깻잎과 같은 시설 재배 엽채류였다. 국내산 상추는 지난주보다 92.4% 상승한 ㎏ 4508원에, 깻잎은 81.6% 올라 1만52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엽채류는 잎이 얇아 한파나 폭염의 영향을 곧장 받는다. 지난 20일부터 전국에 한파가 찾아오면서 작물이 자라는 속도가 더뎌졌고 냉해를 입은 작물 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각종 모임이 집중되는 연말연시에는 외식업체에서 쌈채소 수요가 급증한다”며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늘어 상추와 깻잎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달 상추 도매 가격 추이(자료=테란)
양상추 또한 정상품이 급감해 가격이 상승했다. 양상추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뷔페 등 외식업체에서 일 년 내내 사용하는 핵심 재료다. 주산지인 남부지방마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자 결구율(속이 꽉 찬 정도)이 하락한 작물이 늘었다. 도매가격은 지난주보다 16.9% 상승한 ㎏당 1849원이다. 파프리카도 전주 대비 39.8% 올라 ㎏당 5021원을 기록했다. 파프리카 역시 추위 때문에 성장이 늦어지고 있고 수확 작업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절 수요를 예상해 농가에서 출하를 늦추는 영향도 있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파프리카는 잡채 재료로 쓰여 소비자들이 명절에 많이 찾는 작물”이라며 “겨울에는 파프리카 착과부터 수확까지 약 6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대목’인 설(2월 10일) 부근에 출하할 수 있도록 재배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식자재마트의 신선식품 매대(사진=한경제 기자)
이번 주 들어 한파는 주춤해졌지만 설 연휴가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만큼 명절까지 농산물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겨울철에는 노지보다 시설 재배 작물이 주로 출하되는데,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시설재배 농가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작년보다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