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도 오픈런…'전시 비수기' 이겨낸 들라크루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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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만에 2.5만명 방문…흥행비결 3가지겨울은 미술·전시업계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다. 날이 추워지면 전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겨서다.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상당수 미술관과 갤러리는 아예 문을 닫고 봄 전시 준비에 ‘올인’한다.
(1) 크리스마스 카드 닮은 작품들
(2) 모두가 사랑하는 파리의 명소
(3) 전시장 맴도는 香, 몰입감 더해
하지만 이런 미술 전시 비수기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오픈런’이 벌어지는 전시가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이다. 1930년대 중후반 프랑스 파리의 풍경을 따뜻한 색채로 그린 들라크루아의 국내 첫 전시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이달 인기 전시 랭킹 1위’를 차지한 바로 그 전시다.이 덕분에 개막 열흘 만에 2만 명(휴관일 제외·29일 기준 약 2만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이렇게 빨리 2만 명을 넘어선 전시는 성수기에도 흔치 않다”(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설명이다. 올겨울 ‘최고 인기 전시’로 거듭난 들라크루아의 세 가지 매력을 정리했다.
(1) 연말 느낌 물씬…따뜻한 ‘나이브 아트’
들라크루아의 첫 번째 인기 비결은 ‘연말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데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눈싸움하는 아이들, 그 옆에서 우산을 쓰고 걷는 연인들…. 크리스마스 카드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화가 200점 넘게 걸려 있다. 파리의 겨울과 크리스마스 풍경을 담은 4~5번 전시장에서 이런 분위기는 배가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이틀 동안 5000명 넘는 관람객이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보러 온 이유다. 여기엔 들라크루아 특유의 ‘나이브 아트’ 기법도 한몫했다.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순수하고 동화 같은 붓 터치가 돋보이는 기법이다. 무엇을 그렸는지,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뭔지 알기 힘든 추상화와 달리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배경이다.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들라크루아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이라며 “가족 단위 관람객을 잡은 게 전시의 흥행 요소”라고 했다.
(2) ‘낭만의 도시’ 파리로 떠나는 여행
낭만의 도시 파리가 건네는 매력도 있다. 들라크루아 그림의 주 배경은 1930년대 중후반의 파리 도심. 1933년생인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에펠탑부터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오페라 광장까지 파리에 가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만한 명소가 많다.마치 파리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각 전시장에 ‘정거장’이란 이름표를 붙였다. 정거장마다 걸린 그림 앞에서 “맞아, 여기 가봤었지”라며 파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파리에 가보지 못한 관람객이라면 들라크루아가 그림으로 찍어준 파리의 ‘필수 여행코스’를 눈에 담으면 된다. 훗날 써먹을 일이 있을 테니.
(3) 향기와 그래픽으로 몰입감 두 배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에는 실제 파리에 온 것 같은 몰입감을 주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1~3번째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맡을 수 있는 향기가 대표적이다. 벨 에포크 때 활동한 세계적 디자이너 코코 샤넬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린 5번째와 8번째 전시장엔 숲속 나무 향이 가득하다. 전시를 위해 조향사가 특별 제작한 디퓨저를 배치한 덕분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5~6번째 전시장에선 함박눈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프로젝션 매핑’(벽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동영상을 쏘는 기법)으로 만든 효과다.전시장 마지막에 있는 ‘굿즈’ 섹션도 인기다. 작품이 그려진 엽서, 포스터, 마그넷, 배지 등 다양한 기념품을 통해 집에서도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즐길 수 있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엽서는 지금껏 1만2000여 장이 팔렸다. 관람객 두 명 중 한 명꼴로 엽서를 구입한 셈이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