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기금 21조 사상 최대…예산 20% 곳간에 쌓아뒀다

주먹구구식 예산 운영 '도마 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쌓여 있는 20조원 규모 적립금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7개 시·도 교육청이 보유한 기금 규모는 21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예산의 약 20%를 ‘남는 돈’으로 쌓아둔 것이다.기금의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대표적인 것이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이다. 해마다 들쭉날쭉한 정부의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등을 보정하기 위한 것인데, 지난 수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세금을 많이 거두면서 교육청에도 자연스레 돈이 쌓였다. 정부에선 내국세 총액의 20.79%를, 지자체에선 시도세 총액의 3.6~10%를 받는다. 이외에 교육세 명목으로 거둔 돈과 담배소비세 등도 교육청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연 4~5%짜리 채권을 찍어서 모자라는 돈을 채우는 상황에서도 교육청은 이 돈을 받아 연 1~3% 수준의 낮은 금리로 예금하는 식의 비효율이 만연한 상황이다. 예컨대 서울시는 내년 서울교육청에 4조722억원을 전출할 예정이다. 이 중 담배소비세처럼 시가 단지 거두기만 하고 원래 교육청 몫인 부분도 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거둔 지방세 총액의 10%를 넘겨주도록 돼 있는 부분도 있다. 12조원에 달하는 빚이 있는 서울시 입장에선 채권 갚을 돈을 교육청에 보내서 기금으로 쌓게 하는 형국이다.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에서 내년에 각 교육청에 보내는 전입금 예정액은 14조원(본예산 기준)에 달한다.

저출산으로 학생이 급감하면서 대부분의 교육청은 과거에 비해 풍족한 편이다. 한 해 살림살이가 3조원대인 충북교육청(내년 본예산 3조6224억원)은 1조2000억원 규모 기금을 쌓아두고 있다.교육청들은 세수 감소로 교육청이 받는 교부금도 올해 5조원가량 줄어드는 만큼 기금을 쌓아둔 것이 잘한 일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와 교육청이 저마다 기금을 쌓아두느라 국가 재정 전체에는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상은/최해련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