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의 사납금 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합의한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가 기준액을 정해 사납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어긋나는 노사 합의가 있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회사 대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중 일부를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용자인 A씨는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퇴직금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0년 11∼12월 퇴직한 택시기사 3명에게 퇴직금 중 사납금 기준액을 채우지 못한 미수금 99만∼462만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하며 A씨에게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이 회사 단체협약·취업규칙에서 사납금 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미수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퇴직금에서도 공제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 A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회사가 사납금 기준액을 정해 받지 말 것을 명시해 2020년 1월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법에 반하는 노사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납금제의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기준액을 정해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라는 점을 명확히 한 개정 경위 등을 보면 해당 법 규정은 강행법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에 반하는 내용으로 노사 합의가 있더라도 이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월 3회 이상 무단결근한 또 다른 택시기사를 당연퇴직 대상이라 근로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다고 판단해 퇴직금을 주지 않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역시 파기했다. 재판부는 "월 3일 이상 무단결근하면 당연퇴직 처리되도록 취업규칙이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이는 성질상 해고에 해당한다"며 "당연퇴직 처리를 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으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