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혹한 속 컨테이너 생활…강릉산불 이재민에 닥친 '겨울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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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보온 단열재 붙이고 임시 벽 설치…"탄 내 나면 불안" 트라우마도
한전 전기료 지원 내년 2월 대부분 만료…강릉시 "추가 지원 방안 고심" "너무 추우니까 아이들 감기가 가장 걱정이죠. 임시 조립주택 화장실은 단열이 잘 안돼서 샤워도 못 하고 고양이 세수 정도만 하고 살아요. "
강원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지난 21일 강릉시 경포 일원에서 만난 최영주(43)씨 부부는 7살·11살 어린 딸들과 임시 조립주택에 머물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지난 4월 거센 강풍을 타고 확산한 산불이 순식간에 경포 일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최씨 가족은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놀던 애착 인형부터 좋아하던 예쁜 겨울옷까지 모두 잿더미가 됐다. "엄마, 옛날 집이 그리워…."
컨테이너 생활이 수개월씩 지속되면서 아이들의 불평도 늘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 부모의 속은 말할 것 없이 착잡하기만 하다.
겨울이 찾아오면서 생활의 불편함에 더해 혹독한 추위와의 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난방을 틀면 방바닥은 따뜻해지지만, 웃풍 탓에 공기는 서늘해 실내에서도 경량 패딩을 껴입는 나날이 다반사다.
바닥에 깔아둔 여러 겹의 이불 사이로 몸을 파고들며 잠시 추위를 잊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그 순간뿐이다.
혹여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보온 단열재를 구해 벽에 붙이고, 입구에 방한 비닐막까지 달아 추위를 쫓고 있다. 생활 공간에서는 이렇게나마 버티지만,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화장실은 마치 야외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춥다.
"볼일을 볼 때도 엉덩이가 얼 것 같이 시리고, 아이들을 씻길 때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제대로 샤워도 못 시키겠어요.
여름에는 너무 덥더니, 겨울에는 또 너무 추워서 힘드네요…." 그마저 있는 난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면 추운 계절이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홀로 임시 조립주택에 살고 있는 곽금자(78) 할머니는 얼마 전 호우로 인한 누전 탓에 반나절 가량 컨테이너가 정전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곽 할머니는 "정전 때문에 TV도 끊기고 바닥에 난방도 안 돼 임시 조립주택이 줄곧 냉골이었다"며 "우리 집만 일시적으로 그런 것 같아 늦지 않게 복구했지만, 춥고 불편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립주택에 제대로 된 처마나 가림막이 없어 집안으로 눈과 비가 들이치는 건 일상이 됐고, 주택 아래 고인 물은 날이 추워지면 빙판길로 변해 곽 할머니와 같은 노인들에게는 집 주위가 온통 위험지대가 되기도 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다 못해 사비를 들여 조립주택 입구에 임시 공간을 설치한 집도 있다. 이재민 차기홍(70)씨 부부는 약 한 달 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처마와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임시 공간을 마련했다.
내년 봄 집을 새로 짓기로 했지만 쉽지 않은 겨울나기에 결국 가욋돈을 들여 우선 추위부터 피하기로 했다.
차씨는 "안 그래도 산불로 지금까지 심리적으로 불안한데, 추위로 신체적 고통까지 얻고 싶지 않아 안정을 위해 임시 담벼락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재민 중에는 이처럼 산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여전했다.
곽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바람이 강하게 불면 산불이 날 것 같이 두렵다"며 "탄 냄새가 나거나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은 274가구 551명으로 이중 절반가량인 117가구 239명이 여전히 조립주택에서 머물고 있다.
이재민 중에는 집이나 펜션 등을 새로 짓기로 한 이들도 있지만, 여건상 내년에도 임시주택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앞으로 반복될 폭염과 혹한이 두렵기만 하다.
최씨는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아이들 학교가 여기 있으니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이 자리를 지킬 것 같다"며 "지금은 전기세 지원이 되니까 난방이라도 틀어놓지만 이마저 끊기면 생활의 부담이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전력공사는 이재민에게 조립주택 입주 시점으로부터 9개월간 20만원 한도 내에서 전기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후 3개월은 50%까지 감면해준다.
대부분의 이재민이 지난 6월 조립주택 등에 입주한 점을 고려하면 전기료 전액 감면 혜택은 내년 2월로 끝이 난다.
시는 기업 등의 기부를 받아 전기매트, 온풍기, 가습기를 이재민에게 지원한 데 이어 추가적인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겨울에 모인 성금을 전달받아 최근 이재민들에게 배분했다"며 "내년 1월 추가적인 현물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전 전기료 지원 내년 2월 대부분 만료…강릉시 "추가 지원 방안 고심" "너무 추우니까 아이들 감기가 가장 걱정이죠. 임시 조립주택 화장실은 단열이 잘 안돼서 샤워도 못 하고 고양이 세수 정도만 하고 살아요. "
강원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지난 21일 강릉시 경포 일원에서 만난 최영주(43)씨 부부는 7살·11살 어린 딸들과 임시 조립주택에 머물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지난 4월 거센 강풍을 타고 확산한 산불이 순식간에 경포 일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최씨 가족은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놀던 애착 인형부터 좋아하던 예쁜 겨울옷까지 모두 잿더미가 됐다. "엄마, 옛날 집이 그리워…."
컨테이너 생활이 수개월씩 지속되면서 아이들의 불평도 늘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 부모의 속은 말할 것 없이 착잡하기만 하다.
겨울이 찾아오면서 생활의 불편함에 더해 혹독한 추위와의 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난방을 틀면 방바닥은 따뜻해지지만, 웃풍 탓에 공기는 서늘해 실내에서도 경량 패딩을 껴입는 나날이 다반사다.
바닥에 깔아둔 여러 겹의 이불 사이로 몸을 파고들며 잠시 추위를 잊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그 순간뿐이다.
혹여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보온 단열재를 구해 벽에 붙이고, 입구에 방한 비닐막까지 달아 추위를 쫓고 있다. 생활 공간에서는 이렇게나마 버티지만,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화장실은 마치 야외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춥다.
"볼일을 볼 때도 엉덩이가 얼 것 같이 시리고, 아이들을 씻길 때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제대로 샤워도 못 시키겠어요.
여름에는 너무 덥더니, 겨울에는 또 너무 추워서 힘드네요…." 그마저 있는 난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면 추운 계절이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홀로 임시 조립주택에 살고 있는 곽금자(78) 할머니는 얼마 전 호우로 인한 누전 탓에 반나절 가량 컨테이너가 정전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곽 할머니는 "정전 때문에 TV도 끊기고 바닥에 난방도 안 돼 임시 조립주택이 줄곧 냉골이었다"며 "우리 집만 일시적으로 그런 것 같아 늦지 않게 복구했지만, 춥고 불편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립주택에 제대로 된 처마나 가림막이 없어 집안으로 눈과 비가 들이치는 건 일상이 됐고, 주택 아래 고인 물은 날이 추워지면 빙판길로 변해 곽 할머니와 같은 노인들에게는 집 주위가 온통 위험지대가 되기도 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다 못해 사비를 들여 조립주택 입구에 임시 공간을 설치한 집도 있다. 이재민 차기홍(70)씨 부부는 약 한 달 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처마와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임시 공간을 마련했다.
내년 봄 집을 새로 짓기로 했지만 쉽지 않은 겨울나기에 결국 가욋돈을 들여 우선 추위부터 피하기로 했다.
차씨는 "안 그래도 산불로 지금까지 심리적으로 불안한데, 추위로 신체적 고통까지 얻고 싶지 않아 안정을 위해 임시 담벼락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재민 중에는 이처럼 산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여전했다.
곽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바람이 강하게 불면 산불이 날 것 같이 두렵다"며 "탄 냄새가 나거나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은 274가구 551명으로 이중 절반가량인 117가구 239명이 여전히 조립주택에서 머물고 있다.
이재민 중에는 집이나 펜션 등을 새로 짓기로 한 이들도 있지만, 여건상 내년에도 임시주택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앞으로 반복될 폭염과 혹한이 두렵기만 하다.
최씨는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아이들 학교가 여기 있으니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이 자리를 지킬 것 같다"며 "지금은 전기세 지원이 되니까 난방이라도 틀어놓지만 이마저 끊기면 생활의 부담이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전력공사는 이재민에게 조립주택 입주 시점으로부터 9개월간 20만원 한도 내에서 전기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후 3개월은 50%까지 감면해준다.
대부분의 이재민이 지난 6월 조립주택 등에 입주한 점을 고려하면 전기료 전액 감면 혜택은 내년 2월로 끝이 난다.
시는 기업 등의 기부를 받아 전기매트, 온풍기, 가습기를 이재민에게 지원한 데 이어 추가적인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겨울에 모인 성금을 전달받아 최근 이재민들에게 배분했다"며 "내년 1월 추가적인 현물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