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560% 폭등"…올해를 빛낸 '틈새투자'는?

우라늄·카카오·솔라나·튀르키예

튀르키예 국채, 신흥시장 최고 수익률
넷제로·기후위기에 우라늄·코코아 급등
FTX 파산에 급락했던 솔라노도 반등
유럽 IPO 시장선 루마니아 회사 활약
올해 증시 랠리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몰려간 틈새시장이 있다. 우라늄과 코코아, 튀르키예 국채, 암호화폐 솔라나, 루마니아 수력발전업체 하이드로엘렉트리카 등이 그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소수 취향의” 시장에서 부진했던 투자 수익을 만회한 트레이더들이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올해 가장 매력적인 신흥 시장이었다.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상식에 역행하는 경제 정책을 뒤로 하고 정상화 수순을 밟았던 덕이다. 월가 출신의 하피제 가예 에르칸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가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이 나라에 등을 돌렸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달러 표시 튀르키예 국채 금리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신흥 시장 투자 벤치마크로 사용되는 JP모간EMBI글로벌다각화채권지수에 편입된 튀르키예 국채는 올해 16% 올라 평균 수익률(11%)을 웃돌았다.
원자재 시장에선 우라늄과 코코아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우라늄 정광(옐로케이크)은 가격은 연초 파운드(약 0.45㎏)당 50달러에서 이달 90달러로 상승,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 세계적 넷제로(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자립 필요성이 커졌고,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주요국들의 관심이 커진 영향이었다. 전체 매장량의 5%가 묻혀 있는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가운데, 중국이 공격적인 우라늄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공급 경색 우려까지 제기된 상태다. 농축 우라늄 부문에서 미국, 유럽 등 서방국들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꼽힌다.

코코아값을 끌어올린 건 기후 위기였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지에서 작황이 악화한 탓에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가격은 연초 대비 91% 뛴 t당 3570파운드에 형성돼 있다. 올해 서아프리카 지역에는 예년 대비 더 많은 비가 내리면서 흑사병이 창궐했고, 코코아 수확 시기가 늦춰졌다. 업계에선 엘니뇨(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로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내년 초까지 코코아 공급이 빠듯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최고의 대체 투자 시장으로 꼽히는 암호화폐 시장에선 솔라나가 활약했다. 솔라나는 한때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샘 뱅크먼 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이더리움 등보다 많은 초당 수천 개의 거래를 처리한다는 점을 내세워 띄운 암호화폐다. 지난해 말 FTX 파산 이후 250달러 수준이던 솔라나 가격은 올 초 13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다 ‘FTX 리스크’가 서서히 걷히면서 560%의 강한 반등세를 시현했다.암울했던 유럽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살아남은 기업이 있었다. 루마니아 국영 하이드로일렉트리카는 지난 7월 부쿠레슈티 증시에 데뷔해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독일 제약사 쇼트파마(10억달러), 이탈리아 복권회사 로토마티카(6억6000만달러)를 제치고 유럽 최대어에 등극했다. 상장 후에도 하이드로일렉트리카 주가는 20% 넘게 올라 M&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뱅가드, 피에라캐피털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에 짭짤한 수익을 안겼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 42% 늘어났고, 같은 기간 전력 생산량은 38% 불어난 1만4101기가와트시(GWh)를 기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