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6곳, 소비 회복 中…4%대 후반 성장

올해 중국은 4~5%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의 과다한 부채 문제는 여전히 불안 요소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국의 소비 회복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부진했던 투자와 수출도 일부 호전하면서 4% 중후반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7%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6%, 골드만삭스는 4.8%, JP모간은 5.0%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중국 경제가 완만한 ‘U자형’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에 기반한 수치다.
올해 중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중국이 그동안 대규모 재정지출을 단행하지 않은 만큼 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 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부양책 카드가 풍부하다는 점에서다. 또 당국이 대출 규제를 푸는 등 시장 활성화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중국 경기 침체의 원흉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단 전문가들은 코로나 봉쇄 3년의 상흔을 고려할 때 중국 경제의 회복세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이 경기 회복에 방점을 두면서도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 미만으로 예상한 이유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위기, 지방 부채 등 중국 경제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대(對)중국 제재 강도와 범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유럽연합(EU)이 대중국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및 배터리 관련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전기차·배터리 등 중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수요 둔화와 교역량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등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국제 신용평가사는 중국 경제에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이 ‘중립적(neutral)’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정부의 부채 증가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루이스 퀴지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분석가는 “2024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부동산 위기가 악화할 경우 2.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