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근절하려면 채무자 소득까지 살펴야"

금융연구원 분석

"단속 등 공급자 통제엔 한계
취약계층 금융·취업 연계 지원을"
정부의 불법사금융 근절 정책이 사금융 수요를 줄이지는 못한 채 공급만 틀어막는 데 집중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많게는 수천%의 이자를 뜯어내는 불법사금융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선 고용과 연계한 소득 지원 등 불법사금융을 찾는 수요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불법사금융 근절 정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가장 최근의 범정부적 노력은 2022년 8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이다. TF는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해 △신고·제보 △단속 △처벌 △범죄이익 환수 등 모든 단계를 강화할 것을 밝히며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원은 TF 활동으로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사금융 공급자에 대한 검거 건수가 증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1~9월 불법사금융 관련 검거 건수는 101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구속 인원도 같은 기간 360% 증가한 49명으로 집계됐다. 범죄수익 보전금액은 이 기간 240% 늘었다.

하지만 공급자를 처벌하는 대책 외에 불법사금융 수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법사금융 공급자가 시장에 존재하는 것은 그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있기 때문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선 불법사금융 이용자 분석을 통해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지 파악하는 등 수요 측면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이어 그는 “대출중개사이트 이용자의 다수가 만성적인 생활비 부족과 과다 채무 상황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소득이 개선돼 상환 능력이 제고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며 “금융 지원을 고용 지원과 연계해 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계해 불법사금융 수요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지원과 고용 지원을 연계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공공 취업 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저금리 정책대출 제공의 최소 요건으로 삼고, 근무 기간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해줄 것 등을 제시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