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 실패한 '명낙회동'…이낙연 "갈길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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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퇴·비대위 수용 불가"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만났지만 “변화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은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에 줄줄이 합류할 경우 이낙연발(發) 야권 분열의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이낙연 "당 변화 의지 확인 못해"
4일 신당 창당 공식 선언할 듯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채 55분여 만에 돌아섰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며 시한을 연말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당은 시스템이 있고 당원과 국민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당원과 국민은 자신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 전 대표에게 탈당하지 말고 단합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형편없는 폭주에도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당 안에서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전 대표는 “당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와 정신, 품격을 지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둘은 별다른 인사 없이 악수만 한 채 헤어졌다.
이 전 대표는 곧 탈당하고 이르면 오는 4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1일에는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과 새해맞이 행사를 한다. 이 전 대표는 “양당을 떠난 국민도 국민이고, 민주당을 떠나는 국민을 모셔 오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이 전 대표의 탈당이 임박한 가운데 당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칙과 상식 역시 2023년까지 이 대표의 2선 후퇴와 비대위 전환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이르면 이번주 초 탈당과 ‘이낙연 신당’ 합류 여부 등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