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송년 미사 집전…"마음에 감사·희망이 가득하길"

"2025년 성년…로마 방문객 위한 기본환경 개선 필요"
베네딕토 16세 1주기 맞아 "존경의 마음"
베네딕토 16세 측근, 프란치스코 교황 겨냥 "동성결합 축복, 있을 수 없는 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31일(현지시간) 송년 미사에서 감사와 희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송년 미사를 집전하며 우리 마음에 감사와 희망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의 사람이 한 해의 마지막 밤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만 종종 하느님과 교회 형제·자매들과의 관계의 본질적인 차원을 잊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성모 마리아가 갓 태어난 예수를 보며 영광으로 가득 찬 희망을 느꼈다며 교회는 이를 통해 감사뿐 아니라 희망을 배운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2025년 성년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희년'(禧年)이라고도 불리는 성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다.

정기 희년은 1300년 처음 시작돼 25년마다 기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년이 되면 수천만 명의 신자들이 로마를 찾을 것이라며 방문객과 주민들을 위한 도시의 기본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도시가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방문객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로마가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더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송년 미사에 앞서 열린 삼종기도에서는 자신의 전임인 고(故)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의 1주기인 이날 "우리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고 그를 생각한다"며 "그가 하늘에서 우리를 축복하고 우리와 동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방문객에게 베네딕토 16세를 위해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재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상 이유로 물러났다.

가톨릭 역사상 교황의 자진 사임은 598년 만의 일로 당시 큰 파문을 일으켰고 그가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리를 물려주기까지의 과정은 2019년 '두 교황'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 뒤 베네딕토 16세는 2022년 12월 31일 향년 95세로 선종했다.

이런 가운데 베네딕토 16세의 측근 일부가 보수 가톨릭 TV인 EWTN의 주최 행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

게르하르트 뮬러 추기경은 바티칸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승인한 데 대해 "이 사안은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베네딕토 16세 아래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현대 관념에도 불구하고 동성 결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티칸은 지난 18일 가톨릭 사제들이 정규 교회 의식이나 전례가 아닌 곳에서는 동성 커플에 대해 축복 의식을 할 수 있다는 방침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의 비서이던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는 "많은 문제가 잊힐 것"이라며 "남는 것은 본질이며 교황권의 본질은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뮬러 추기경은 회고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이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다가 고향 독일로 쫓겨나 바티칸을 떠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