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사 품은 흙수저 청년CEO…"공정혁신으로 글로벌 도전"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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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 인터뷰지난달 27일 방문한 코스닥시장 상장 광학 테크기업 아이엘사이언스 서울 문정동 사옥에는 바람개비 사진이 걸려 있다. 달린 만큼 회전하는 ‘바람개비 정신’을 기업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는 “바람개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내가 뛴 만큼 돈다”고 말했다.
우수AMS 자회사 인수 '아이엘모빌리티'로
인수효과로 연결기준 매출 천억 '눈앞'
아이엘사이언스라는 바람개비를 더 힘차게 돌리기 위해 송 대표는 지난해 말 바쁘게 움직였다. 자동차 전장기업으로 더 발돋움하기 위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었고, 수개월 물색 끝에 자동차 부품기업인 우수AMI를 인수했다.우수AMS의 자회사였던 우수AMI는 자동차 램프용 렌즈 및 내외장 투명부품 제조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로는 에스엘, 콘티넨탈 등이 있다. 송 대표는 아이엘사이언스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아이엘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내 최초 발광다이오드(LED)용 실리콘렌즈를 개발한 아이엘사이언스로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자동차 전장 사업 분야로 뻗어나갈 채비를 마치게 됐다.
아이엘사이언스는 그동안 LED를 활용한 가로등과 건축조명 제작이 주요 매출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국내 완성차 프리미엄 라인 자동차 램프에 실리콘렌즈가 장착되면서 관련 매출이 처음 발생했다.
송 대표는 “우리는 기존에 자동차 전조등에 LED 적용을 하고 있고, 인수한 회사에서도 이너렌즈, 비구면 렌즈 등을 만들다 보니 램프 다양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LED 조명의 렌즈 소재는 보통 유리, 플라스틱 등이 쓰인다. 유리는 빛 투과율이 높고 열에 강하지만 무겁고 생산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플라스틱 렌즈는 열에 악하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리콘렌즈는 유리와 플라스틱의 단점들을 모두 보완한 제품이라고 송 대표는 말한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271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까지 더하면 매출 약 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 인수 효과로 내년부터 연결기준 매출 1000억원대 진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아이엘모빌리티는 화성시 향남읍에 있다. 이전 모회사 본사는 경남 창원이고, 관계사 대부분이 울산에 있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이 점을 눈여겨본 송 대표가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송 대표는 “중소기업끼리 힘을 모아보자고 설득했다”며 “큰 자금 유출 없이 전장 밸류체인을 확장할 수 있게 돼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아이엘사이언스는 인수 자금으로 130억원을 투입한다. 이 중 100억원은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우수AMI 화성공장을 첨단 로봇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된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데 쓴다. 송 대표는 인수 회사 대표를 직접 맡기로 했다. 송 대표는 “현장에 가 보니 라인마다 사람이 다 서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며 “공정 혁신을 이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노려보겠다”고 강조했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실리콘렌즈를 연간 약 4만7520대(16시간 기준) 생산할 수 있는 천안공장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연산 능력을 12만6720대로 확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교 시절 컨테이너 박스에서 성장해 ‘흙수저 청년 경영인’으로 통하는 송 대표는 2008년 가천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가천대 창업 1호)한 뒤 11년 만에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