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 뒤 세입자 퇴거 번복 땐 매수인이 잔금지급 거부해도 정당"

대법, 원심 깨고 파기환송
잔금 지급일을 앞두고 매매계약 대상 주택에 사는 임차인이 퇴거 약속을 번복할 경우 매수인은 잔금 지급을 거부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아파트 매수인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월 13일 B씨와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었다. 잔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은 같은 해 4월 22일 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에는 같은 해 10월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같은 해 12월 6일까지 이 아파트에 거주하기로 했다. A씨의 매매 계약서에도 ‘실제 명도는 2021년 12월 6일로 한다’는 특약 사항이 담겼다.하지만 임차인은 잔금 지급일을 사흘 앞두고 B씨에게 “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 더 거주하겠다”고 통보했다. B씨는 A씨에게 이런 내용을 알렸다. 이 아파트에 실거주하려던 A씨는 잔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B씨는 매매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알렸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2심은 원고 패소로 판단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의 현실인도의무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원고의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잔금 지급 의무의 이행 거절이 정당한 것은 아닌지,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 해제권 행사에 문제는 없는지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