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세수 286조 더 걷히려면…"전 세계 '컴플라이언스 괴물'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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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한국 등서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올해부터 대형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최저한세가 시행되면서 연간 최대 2200억달러(약 285조8000억원)의 추가 세수가 창출될 전망이다.
OECD, 연간 최대 2200억불 추가세수 전망
보조금 등 회피 수단 여전…예외 규정도 多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1일(현지시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받기 시작한다. 최저한세율을 15%로 두고, 이보다 낮은 실효세율이 적용되는 경우 해당 기업이 사업장을 낸 다른 국가에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구체적으로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약 1조753억원)를 넘는 기업들이 적용 대상이다. 정부기관, 국제기구, 비영리 기구, 연금펀드, 투자펀드 등은 제외된다. 한국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00여 개 기업이 과세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주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제도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거둬들이는 세수 규모가 9%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파스칼 생-아만스 전 OECD 조세정책센터 국장은 “필라2(글로벌 최저한세) 이행을 위해선 임계 수준 이상의 국가들만 있으면 된다”며 “그 누구도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OECD가 추진해 온 국제 조세 개편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속한 국가뿐 아니라 실제 매출이 나오는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필라1(디지털세)은 도입 시점이 2025년으로 연기됐다.국제법인세책임연구센터(CICTAR)의 제이슨 워드 수석 애널리스트도 글로벌 최저한세의 부과 구조를 두고 “아주 지능적인 설계(super smart design)”라고 평했다. “기업에는 조세피난처를 물색하려는 유인을, 국가에는 조세피난처가 되려는 유인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내 ‘바닥치기 경쟁’(과한 경쟁으로 편익이 감소하는 현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바베이도스 등 5.5% 수준의 낮은 법인세율로 조세피난처 역할을 해 온 국가들이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초기 대열에 대거 합류했다.
‘검은돈’의 온상이 됐던 이들 국가가 이전보다 많은 세수를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최대 수혜자로 떠오를 거란 점은 우려될 만한 지점이다. 워드 애널리스트는 “(최저한세 구상 과정에서) 조세회피처로 기능해 온 국가들에 보상해 줘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없었다”며 “어쩌면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짚었다.
마날 코윈 OECD 조세정책 책임자는 이와 관련해 “초기 단계의 추가 세수 유입분은 국제 조세 개혁의 짧은 단면(snapshot)에 불과하다”며 “(세수 흐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것이며, 시스템상 왜곡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제 활동이 실제로 이뤄지는 곳에서 더 많은 세금이 걷히는 구조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글로벌 최저한세가 세액 공제, 보조금 등을 통한 국가 간 조세 경쟁을 되려 격화할 거란 지적도 있다. 지난해 OECD는 최저한세 시행 체제하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장되는 세액 공제가 해당 기업들에 더욱 유리한 대우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는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실제 시행을 위한 세부 법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미국 지사의 윌 모리스 글로벌 조세 정책 담당자는 “새로 걷힌 세금은 다른 정부 기관을 통해 기업에 도로 환원될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 경쟁은 보조금과 세액 공제의 형태로 바뀌어 계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많은 국가가 OECD의 예상보다 적은 세금을 거둬들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면서 되려 기업들이 비난의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공장, 기계 등 실물 자산 투자와 관련해선 15% 이하의 세율을 적용하는 예외를 두는 등 과세 구조가 복잡하게 설계돼 정확한 세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 발렌틴 벤들링거는 “각국 세무 당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규정 준수 괴물’(compliance monster)이 돼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