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도 사랑했을 그 목소리, 조니 미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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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진주의 로드 오브 뮤직요즘 나는 유의미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의사와 의향을 가지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분명 내가 원하는 것인지 확실히 하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살고 싶은 대로 사세요' 같은 광고 카피와 메세지가 난무하는 요즘이지만 나는 솔직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살고 싶은 방식이 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과정도 어색하고 생소한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은 아마도 평생을 들여 가꾸어야 하는 일일테지. 순간의 욕구만족을 넘어, 내 삶의 화살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내면의 깊은 목소리를 들어내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소크라테스였던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자가. 내가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보니 요즘은 진실된 self-expression, 즉 자기표현이 특징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찾아서 듣게 된다. 본인의 목소리, 본인의 감성 그리고 감각에 깊이 귀기울이는 아티스트들은 시대와 트렌드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인간이라는 정체성의 중심으로 직접 다가간다. 그 중에는 내가 최근 감탄을 거듭하며 듣고 있는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앨범들이 있다.1988년생 밀레니얼 답게 나는 조니 미첼의 이름을 ‘러브 액추얼리' 라는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오래전 처음 들었다. 영화의 OST앨범에 실렸던 'Both Sides Now'는 사랑을 잃어보기도, 얻어보기도 한 성숙한 인간의 이야기이고, 그녀의 목소리 또한 너무나 적합한, 상당히 허스키한 목소리다. 재즈풍의 발라드에 가까운 이 곡이 실린 앨범을 쭉 들어보았기 때문인지, 나에게 조니 미첼은 오랫동안 그렇게 목소리가 연기가 가득한 듯한 발라드 가수였다.그런데 최근 조니 미첼의 초기 포크락 앨범들을 들어본 나는 그야말로 사랑에 빠졌다. 'Both
Sides Now' 앨범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하이톤의 맑은 목소리, 시 같은 가사와 자유로운 그루브, 그리고 경쾌한 기타 스트로크로 이루어져 있는 그녀의 세계로 서서히
이끌려가는 것은 매혹적인 경험이다. 물론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상징적인 파란색 커버의 'Blue' 앨범도 있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 'Woodstock' 또는 'Big Yellow Taxi' 같은 노래들이 실린 데뷔앨범 'Ladies of the Canyon' 도 있지만 내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앨범은 'Clouds' 라는 조니의 두번째 앨범이다.이 앨범은 마치 조니가 본인 스스로를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큰 성공을 거둔 본인의 데뷔앨범에 대한 반항처럼 말이다. 대중적으로 듣기엔 오묘한 화성의 진행과 시적 표현이 더욱 두드러지는 가사들, 그리고 앨범 전체에 두드러지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져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잘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록곡은 'Songs to Aging Children Come' 이라는 노래다.사람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요
멜로디가 들리지 않나요?
차임벨 소리와 딸깍거리는 소리
그리고 웃음의 하모니 속에 말이에요
늙어가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에 다가오세요
나이 많은 아이들, 나는 하나입니다 (나는 하나입니다)
내가 늙어가는 아이라서 그럴까. 많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마음을 어지럽히는 이 가사는 그
무엇도 곧장 얘기하지 않지만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그 안에 담고 있다고 느낀다. 사람도, 뉴스도, 개념도 너무나 빨리 소비되고 지나가 버리는 지금, 우리는 그 무엇도 느낄 새가 없다. 낭만을 꿈꾸기에 우리는 너무 바쁘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에 우린 너무 많은 감정들을 스쳐 지나가 버리는 것 아닐까. 매일 매일 늙어가는 우리가 의미 있는 매일 매일을 살아가기 위해선 더 많이 느껴야 한다. 더 많이 포옹하고 더 많이 노래해야 한다. 그 어떤것도 그냥 지나가버리게 두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우리가 빨리 빨리 생각을 바꿀 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광고들이 아무리 그것을 권장해도 말이다.왠지 쓸쓸함 마저 느껴지는 올 겨울엔 조니 미첼의 앨범들과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의 음악은 주변이 아닌, 내 자신을 들여보게 하는 힘을 지녔으니 말이다. 연말은 어쩌면 그런 때인지 모른다. 주변도 챙겨야 하지만, 나를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때다.
나는 오늘 무엇을 느꼈나. 무엇이 기뻤나, 무엇이 슬펐나, 무엇이 허무했나, 무엇이 희망적이었나 우리 모두 나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본인의 내면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타인의 목소리에도 깊이 집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더 따뜻한 세상은 나를 위한 나의 따스한 칭찬과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