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 불발에 전시 이스라엘 분열…위기의 네타냐후
입력
수정
하마스와 전쟁으로 '일시봉합'된 균열상 다시 수면 위로
안팎으로 궁지 몰린 네타냐후에 추가 악재 될듯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무효로 하면서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일시봉합'됐던 이스라엘의 분열상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특히 이번 결정이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이미 리더십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에게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내부의 복잡한 혼란상이 전쟁의 향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크네세트(의회)가 가결한 '사법부에 관한 개정 기본법'을 무효화 처리한 것을 두고 양극화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22년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정비'라는 이름으로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입법을 강행하면서 이스라엘은 수개월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고 전쟁을 시작한 뒤로 이스라엘은 사법정비 입법을 둘러싼 대립을 뒤로 하고 일단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의 결정으로 잠시 가려졌던 균열이 다시 드러나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우파 연정을 비롯해 사법정비 입법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법원의 결정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며 전쟁 중에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성명에서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통합에 대한 국가의 열망에 반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사법정비 법안의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도 이번 결정이 "우리 군대가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필요한 단결 정신과 배치된다"면서 "기본적인 법 제정이나 의회 결정도 대법관 동의 없이 불가능한 상태는 수백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빈 장관은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는 대로 사법정비 입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연정 내 대표적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도 이번 결정이 불법이며 "위험하고 반민주적인 사건"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적과 싸우는 이스라엘의 전시 노력을 해치는 결정이라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법정비 입법에 반대해온 야권 등에서는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대법원이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서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을 분열시킨 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매듭지었다"고 평가했다.
사법정비 입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단체 '카플란 저항 운동'은 성명에서 "오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의 하나의 챕터가 이스라엘 시민의 승리로 끝났다"며 모든 정당이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법정비 반대 운동을 이끈 주요 지도자 중 하나인 시크마 브레슬러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 목에서 독재 입법의 칼을 없앴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전시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보다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왔다. 전시내각에 참여한 제2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정치적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오늘 승자와 패자는 없으며 우리는 오직 전쟁에서 함께 승리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정비에 반대하는 예비역 군인들의 단체인 '브라더스 인 암스'(Brothers in Arms·전우들)도 "우리는 대법원을 지지하며 결정을 존중한다.
또한 모든 이들이 분열과 증오를 그만두기를 촉구한다"며 "10월7일 이후 이스라엘은 분열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무효로 한 개정 기본법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이스라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없도록 한 법이다.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정비 개혁안은 헌법에 준하는 '기본법'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심사 권한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 주도 강경 우파 연정이 주도해온 사법정비 입법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 대법원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시기에 이번 결정이 나왔다며 그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10월7일 기습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 속에서도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면서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결정이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부패 관련 혐의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공격 및 인질 문제와 관련해 사임 요구해 직면한 민감한 시점에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고 짚었다. 미국 CNN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의 다음 행보를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면서 "논란이 되는 변화를 강행하려 할 경우 헌정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안팎으로 궁지 몰린 네타냐후에 추가 악재 될듯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무효로 하면서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일시봉합'됐던 이스라엘의 분열상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특히 이번 결정이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이미 리더십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에게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내부의 복잡한 혼란상이 전쟁의 향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크네세트(의회)가 가결한 '사법부에 관한 개정 기본법'을 무효화 처리한 것을 두고 양극화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22년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정비'라는 이름으로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입법을 강행하면서 이스라엘은 수개월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고 전쟁을 시작한 뒤로 이스라엘은 사법정비 입법을 둘러싼 대립을 뒤로 하고 일단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의 결정으로 잠시 가려졌던 균열이 다시 드러나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우파 연정을 비롯해 사법정비 입법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법원의 결정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며 전쟁 중에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성명에서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통합에 대한 국가의 열망에 반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사법정비 법안의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도 이번 결정이 "우리 군대가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필요한 단결 정신과 배치된다"면서 "기본적인 법 제정이나 의회 결정도 대법관 동의 없이 불가능한 상태는 수백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빈 장관은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는 대로 사법정비 입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연정 내 대표적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도 이번 결정이 불법이며 "위험하고 반민주적인 사건"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적과 싸우는 이스라엘의 전시 노력을 해치는 결정이라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법정비 입법에 반대해온 야권 등에서는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대법원이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서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을 분열시킨 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매듭지었다"고 평가했다.
사법정비 입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단체 '카플란 저항 운동'은 성명에서 "오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의 하나의 챕터가 이스라엘 시민의 승리로 끝났다"며 모든 정당이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법정비 반대 운동을 이끈 주요 지도자 중 하나인 시크마 브레슬러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 목에서 독재 입법의 칼을 없앴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전시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보다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왔다. 전시내각에 참여한 제2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정치적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오늘 승자와 패자는 없으며 우리는 오직 전쟁에서 함께 승리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정비에 반대하는 예비역 군인들의 단체인 '브라더스 인 암스'(Brothers in Arms·전우들)도 "우리는 대법원을 지지하며 결정을 존중한다.
또한 모든 이들이 분열과 증오를 그만두기를 촉구한다"며 "10월7일 이후 이스라엘은 분열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무효로 한 개정 기본법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이스라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없도록 한 법이다.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정비 개혁안은 헌법에 준하는 '기본법'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심사 권한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 주도 강경 우파 연정이 주도해온 사법정비 입법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 대법원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시기에 이번 결정이 나왔다며 그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10월7일 기습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 속에서도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면서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결정이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부패 관련 혐의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공격 및 인질 문제와 관련해 사임 요구해 직면한 민감한 시점에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고 짚었다. 미국 CNN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의 다음 행보를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면서 "논란이 되는 변화를 강행하려 할 경우 헌정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