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안 내놓는 美 유통사

매장 신제품 비중 절반 밑으로
WSJ "타깃 집중해 비용 절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공급망 훼손 문제를 겪은 미국 소매유통업체들이 제품 수를 대폭 줄인 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에도 이를 되돌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유통기업은 소비자들이 제품 수 감소에 크게 반감을 갖지 않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제품을 줄이고 신제품도 덜 출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식료품, 건강·뷰티 제품, 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소매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판매 제품 수가 급감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뷰티, 신발, 장난감 등의 카테고리에서 신제품이 매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집계됐다. 2019년(5%)의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코카콜라는 2022년 400여 개에 달하던 음료 종류를 절반 수준인 200여 개로 축소했다. 성장이 둔화한 브랜드를 모두 없앤 것이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더 좋은 식물이 자라도록 정원을 가지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미힐피거, 캘빈클라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의류기업 PVH는 2020년 제품 수의 20% 이상을 줄여 인기 있는 제품에만 집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화장지 제조사 킴벌리클라크는 팬데믹 기간인 2020년 미국 내 화장지 수요가 네 배가량 급증하자 개별 소매업체를 위해 만든 맞춤형 제품을 폐기하는 등 제품 수의 70% 이상을 줄였다. 지금도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는 제품 수는 과거보다 약 30% 줄어든 상태다.

이는 지난해부터 고금리와 원자재·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미국 소비재회사들 사이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행하는 흐름이다. 팬데믹 당시 소비자의 수요가 몰린 일부 상품에 우선순위를 둔 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일각에선 이런 흐름이 기업의 혁신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카콜라에 매각된 유기농 음료 제조업체 어니스트티의 설립자 세스 골드먼은 “팬데믹 이후 확실히 혁신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