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위협·전쟁·국제 정세 지각변동…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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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로에 선 대한민국 (3) 외교·안보지정학·지경학적 다층 갈등 및 파편화 심화, 이를 해결할 리더십 상실, 여전한 ‘투키디데스 함정’과 ‘킨들버거 함정’. 외신들의 새해 글로벌 정세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사방에 불이 났는데도 불을 끌 능력을 잃으면서 신냉전 복합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우리 외교의 험난함을 예고하는 것이고, 복합 함수를 풀어나갈 고도의 외교 능력을 요구한다.
북·중·러 밀월 강화, 우방 美 대선 변수
가치 동맹 확고히 하면서 유연성 발휘를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은 반도체 등 하이테크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이버와 우주 등 신안보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중동 정세 불안, 대만해협 대결까지 겹쳐 미국 유럽연합(EU) 등 민주 진영과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의 대결은 더 첨예해질 것이고, 그 최전선에 있는 한반도에는 더 센 ‘나비효과’로 들이닥칠 것이다. 김정은이 연초부터 ‘남조선 영토 평정 위한 대사변’ 운운하며 핵 공격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국제 정세의 흐름을 틈탄 것이다. 새해엔 7차 핵실험, 사이버 공격 강화 등 북한의 공격 방식이 더욱 다양화하고 강도도 세질 것이다. 방어망 구축을 앞당기는 등 우리 자체적인 안보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일이 시급해졌다.21세기 최대 글로벌 선거판은 외교전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고, 우리에게 미치는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돼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 대선, 그중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변수다. 그가 재선에 성공해 공언한 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백지화한다면 한국의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김정은과의 브로맨스 과시와 정상회담 리얼리티 쇼는 재직 시절을 떠올리면 기우만이 아닐 것이다. 북한 핵 동결 대가로 제재 완화를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온 판이다. 이런 방식은 실패한 제네바 합의의 재판(再版)으로, 북핵 용인을 의미하며, 김정은이 오매불망 고대하는 것이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현실화해선 안 된다. 트럼프는 재직 중 안보도 돈으로 계산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했다. 김정은은 도발로 미국 대선판을 흔들어 최대한 많은 이익을 챙기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측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안보 정책 변화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해야 한다. 상반기 완성하기로 한 확장억제 체제가 정권에 따라 되돌릴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
13일 대만의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선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시화할 수 있고, 이는 주한미군 전력 투입 가능성이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3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관식이 될 전망이다. 새해부터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며 전쟁 의지를 과시해 북·러 간 결속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장기집권을 굳힌 시진핑 중국 주석은 그제 김정은과 신년 축전을 교환하며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정했다. 이런 북·중·러 밀월 가속화는 김정은에게 더 큰 도발을 부추기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독재자들이 지배하는 핵 강국에 둘러싸여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게 한반도의 냉엄한 안보 현실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위기와 혼돈의 시대에 대응해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다져나가야 함은 물론, EU·아세안·중동·중남미 등으로 외교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비중이 커지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도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중국의 패권을 경계해야 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만큼 상호 호혜 관계를 구축하고, 중국 일변도의 전략물자 공급망 다양화를 위한 노력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올해와 내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유명무실화한 안보리 기능 재편을 주도해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를 도출해내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우리 외교가 대전환기에 얼마나 적실성 있고 유효한 전략을 도출해 실행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 동맹을 확고히 하고 유연하고 다면적인 외교 능력을 발휘하는 게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