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유학생의 꿈

이창원 한성대 총장
요즘 서울 시내 식당이나 지방 출장 중 방문한 맛집에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보면, 베트남 학생이나 우즈베키스탄 학생인 경우가 많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양국 유학생이 늘어난 까닭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처음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유학생이 7만 명 정도로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베트남 유학생은 6만4000명가량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도 각각 1만2000명에 달한다.

유학생 유치는 최근의 학령인구 감소와 인력난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적자원 확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때 한국이 가진 것은 인적자원밖에 없다고 했으나 이제 더는 아니다. 이런 배경에서 교육부는 기존 국제협력관을 글로벌교육기획관으로 변경하고, 해외인재유치지원담당관실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교육정책과 이민정책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최근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 허용 시간을 주당 최대 30시간으로 늘려줬다. 재정 요건을 완화하고 학부 입학 시 요구되는 한국어 능력 입증 방식도 다양화했다. 다소 숨통이 트이는 조치다.더욱 중요한 것은 졸업 이후의 취업이다. 다행히 이제는 단순 노무 아르바이트 외에 전문직 인턴도 할 수 있고 유학생의 대학 현장실습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기업의 외국인 고용 인원 숫자에는 제한이 있다. 5인 이상 직원을 고용해야 외국인 1명을 채용할 수 있는 규제로 인해 정작 일손이 필요한 소기업, 지방 기업은 외국인 채용이 어렵다. 창업 2년 이내 기업에 예외 조항을 허용해주듯이 개인기업, 소기업, 지방 기업, 해외시장 진출 기업 등에는 채용 인원 비율을 확대하는 규제 완화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성대에도 베트남 출신 유학생이 있다. 뷰티매니지먼트학과에 재학 중인 여학생과 만날 기회가 있어 한국으로 유학 온 이유를 물어보니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정확하게 답했다.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 대학에서 공부한 이들이 한국 뷰티 기업에 취업할 길이 열리고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가 된다면,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도 요원하지 않을 것이다.

K팝으로 쌓아 올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덕에 코로나19 이후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학업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없다면 우수 유학생 유치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교육정책과 이민정책의 톱니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우수 유학생 유치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