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통치했던 건륭제는 무엇을 남겼나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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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륭
장훙제 지음
조유리 옮김
글항아리
508쪽
2만2000원
중국 청나라의 6대 황제 건륭은 역사상 실질 통치 기간이 가장 길었던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735년부터 1795년까지 60년간 재위했고 이후 3년 4개월간 자리를 물려준 뒤 살아있는 황제의 부친으로서 사실상 최고 권력을 행사했다. 그는 길었던 통치 기간만큼이나 청나라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89세까지 장수하며 태평성대를 이룬 성공한 황제였지만, 말년에는 탐욕을 부리며 부패를 만들어내 청나라를 쇠락의 길로 몰았다. 결국 청나라를 백련교의 난과 아편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의 역사학자인 장훙제는 <건륭>을 통해 건륭제의 소년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 이야기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전한다. 역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건륭 6년에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중국의 인구수는 이미 1억4000만 명에 달했다. 건륭 60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3억에 가까웠다. 건륭제가 나라를 다스린 50여 년 동안 중국의 인구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시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청나라 영토는 최대 크기였다. 건륭제는 즉위 과정이 순조로웠던 몇 안 되는 중국의 황제 중 하나였다. 아버지였던 옹정제가 비밀리에 태자를 세우는 제도를 처음 마련한 덕분에 다른 황자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이전 강희제와 옹정제가 70년 동안 나라를 안정시켜놔서 특별한 우환도 없는 상태에서 황제에 올랐다.
그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인자하고 선량한 면이 있었지만, 폭력적인 면도 있었다. 사교적이고 기품 있으며 주변 사람들이 ‘봄바람과 따뜻한 기운’을 느낄 만큼 온화했지만, 매우 오만해서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깔보았다.
그는 절제되고 규칙적인 습관을 지키며 평생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지만, 극도로 사치스러워서 여섯 차례나 남쪽 지방을 순행하며 엄청난 경비를 지출했다. 젊어서는 총명하고 겸손하며 신중한 성격으로 청나라를 태평성대에 올려놓았지만, 말년에는 고집불통에 기고만장해서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았다. 건륭제의 잘못 중 하나는 청나라 왕조에 불리한 내용을 담을 책을 모두 불사르는 문화적 퇴행을 가져온 것이었다. 또한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쓴 사람을 대대적으로 처벌하는 ‘문자옥’을 가장 많이 행한 황제였다.
그는 말년에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외교 방식을 택해 청나라를 쇠락의 길로 몰았다. 서양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급격한 성장을 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하지만 그는 “청나라는 위대하며 부족한 것이 없다”며 오히려 문을 닫고 나라를 봉쇄했다. 중국 내적으로는 위대한 황제였지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건륭제의 통치 기간을 살펴보는 것은 근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