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출형 잠수함 '도면 유출'…대만 의원이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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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기술 유출' … 前 대우조선 직원 2명 입건“대만 정부가 수조원을 투입한 국가사업이다. 최소 6개월에서 수년 동안 대만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한국 전문가들에게 거액을 제시하고 있다.”
印尼에 1조 수출한 잠수함인데
대만에 韓기술 버젓이 돌아다녀
親中의원 제보로 경찰수사 시작
관련 컨설팅업체 통해 유출 의혹
대표 등 직원 상당수 현지에 있고
대만 당국 비협조적 … 수사 난항
대만 정부의 잠수함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3일 “대만 국영 대만국제조선공사(CSBC)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설계 도면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 전문가 사이에서 꽤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잠수함 컨설팅 업체 S사가 대만 정부와 함께 공정마다 한국인 전문가를 추천해 채용하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많은 한국 전문가가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만서 발견된 수출형 잠수함 도면
한국을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으로 만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수출형 잠수함 ‘DSME1400’ 기술이 통째로 대만에 유출된 사건이 양국 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은 해군과 대우조선해양 출신 등이 설립한 S사가 CSBC와 손잡고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이날 경찰청·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대만은 2016년부터 첫 자국산 방어형 잠수함인 ‘IDS’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규모는 최대 160억달러(약 19조128억원)로 추산된다. 결과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9월 IDS ‘하이쿤’ 1번함을 공개했다. 길이 70m·직경 8m, 배수량 2500~2800t 규모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에서 제작한 전투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설계·제작에 총 7년이 걸렸는데 한국의 잠수함 기술이 상당 부분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하이쿤 2번함 등에도 한국 전문가들이 대만에서 직접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잠수함 기술 대부분이 대만 정부와 컨설팅 계약을 맺은 S사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S사는 지난해 하이쿤 잠수함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각종 부품 등을 정부 허락 없이 해외로 반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S사 임원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S사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수사당국은 S사가 기술을 유출한 혐의까지 밝히진 못했다”며 “이번 추가 수사를 통해 도면 유출 등의 혐의가 드러났다”고 말했다.현재 한국은 대중 관계를 고려해 대만에 대한 잠수함 기술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형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DSME1400을 제작해 2016년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다. 이 잠수함은 40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중간기항 없이 1만 해리(1만8520㎞)를 항해할 수 있다.
한화오션 "범죄에 대해 책임 물을것"
도면 유출 사실은 대만 내 친중 성향의 국회의원이 제보해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설계 도면이 CSBC 등 주요 관계자 사이에서 돌아다니자 이를 한국의 대만대표부에 알린 것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갈등과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이유로 대만의 잠수함 개발 사업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제보는 한국 방위사업청과 국가정보원 등에 전달됐고 경찰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경찰은 S사 직원 상당수가 대만에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직접 수사가 쉽지 않은 데다 대만 정부의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해군 간부 출신인 S사 대표 역시 대만에 머물며 수사당국의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하지만 S사 등 관련자들은 대만에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도면을 넘기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S사 측은 “인도네시아로 잠수함을 수출했을 당시 도면도 함께 넘어갔다”며 “이 과정에서 대만으로 불법 유통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기관 등과 상시적인 공조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기술유출 사건과 관련해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을 포함, 범죄 관련자들에 대해선 단호하고 엄중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김우섭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