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기회달라" 호소했지만…사재출연·SBS 지분 매각은 거부

태영건설 워크아웃 설명회…채권단 400여곳 참석

尹회장, 자구책 최대 1.6조 제시
에코비트·블루원 매각 추진

채권단 "진정성 안느껴져" 실망
1차 채권단협의회 11일 개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채권단 설명회를 열었다. 채권단 관계자들이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태영그룹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구책을 제시했다. 태영 측이 스스로 인정한 ‘문제 있는’ 우발채무 규모인 2조5000억원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받지 못하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무산되고 법정관리(회생절차)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눈물로 호소했지만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채권금융회사 4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태영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과 워크아웃 절차 등을 안내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일부 보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9조원으로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윤 회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호소했다.

태영그룹은 이날 제출한 자구안에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와 레저사업체 블루원 매각 및 해당 자금의 태영건설 지원, 양곡·화물 사업 계열사인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중 290억원 추가 지원 등 네 가지를 담았다.

에코비트 기업가치는 최대 3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태영은 KKR에 4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매각 대금으로 1조5000억원을 받으면 태영건설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1조1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블루원 기업가치는 최대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태영 측이 앞서 평택싸이로 지분 37.5%를 600억원에 KKR에 매각했다는 점에서 62.5%의 가치는 높게 봐도 1200억원대로 추산된다. 여기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일부인 290억원을 추가하면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은 총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재 출연도 사실상 거부

태영 측이 자금을 급하게 융통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자회사들을 제값에 팔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이 제시한 자구안을 최대한 실행에 옮긴다고 해도 태영건설이 지고 있는 채무인 2조5000억원에 크게 미달할 것이란 지적이다.태영건설은 금융권 차입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집계됐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 계획을 내놓지 않은 부분도 논란거리다. 태영 측은 이날 사재 출연 계획을 묻는 말에 즉답을 피하며 “최선의 길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사실상 사재 출연을 거부한 것이다. 시장에선 태영건설 규모와 앞선 대규모 구조조정 사례들을 볼 때 3000억원 넘는 사재 출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SBS 지분을 활용하지 않는 한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태영 측은 채권단과 사전에 약속한 부분을 이행하지 않아 스스로 불신을 키우기도 했다. 티와이홀딩스와 오너 일가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하기로 했는데 실제로는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보증한 채무 890억원만 먼저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단이 이날 110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태영 측은 290억원만 낼 수 있다고 버텼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채권단 관계자는 “윤 회장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자구안에선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오는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75%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피해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한종/박종관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