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보다 50배 빠른 6G 온다"…초연결 시대 선점 나선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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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미래 생존 노트 (2)지난해 10월 글로벌 전자·네트워크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세계 최장 거리 6세대(6G) 통신 실험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꿈의 기술’로 불리는 6G 통신을 장거리 실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선행 연구한 게 놀랍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美서 최장거리 6G 통신 실험 도전
"AI 내재화, AR 안경 등 성능 혁신"
삼성전자에서 선행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는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차세대 셀룰러 장비를 평가하기 위한 전파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텍사스 일대 1㎞ 거리 내에서 6G 실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2021년 말 500m에서 한 6G 실험보다 거리를 두 배로 늘렸다. 인공지능(AI), 컴퓨팅, 센서 등 주요 기술을 융합한 덕에 네트워크 기술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찰리 장 삼성전자 6G연구팀장(상무)은 “2030년엔 차원이 다른 ‘6G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3년 전부터 핵심 기술 연구에 몰두해 왔다”며 “생성형 AI 등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AI를 만난 6G’의 성능은 기존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6G 통신 개발 계획을 밝힌 것은 2020년 7월이다. 6G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출장을 다니며 직접 챙기는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30년엔 1Tbps(초당 테라비트) 수준의 통신 속도가 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1Tbps는 125GB짜리 대용량 데이터를 1초 만에 옮길 수 있는 속도다. 5세대(5G) 통신에 비해선 10~50배 빠르다.
이 시대엔 챗GPT 등 생성 AI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지게 된다. 초고화질 3차원(3D) 영상을 이용해 정교한 뇌 수술을 하거나 원격 의료를 지원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삼성전자는 AI를 6G 네트워크에 내재화하고, 이 네트워크를 하나의 정보기술(IT) 플랫폼처럼 운영할 계획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증강현실(AR) 안경, 가상현실(VR) 헤드셋,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6G 기술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내년까지 6G 핵심 기술에 대한 선행 개발을 마무리하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국내 삼성리서치 산하 6G연구팀뿐 아니라 미국 인도 등 해외 연구소에서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신규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기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안테나 기술 등을 폭넓게 개발 중이다.
장 상무는 “2025년부터는 글로벌 주요 사업자가 그동안 준비한 6G 기술을 시연하며 표준화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신사업 발굴을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부회장급 전담 조직으로 10년 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챙기는 임무를 맡았다. 주로 6G, 전고체 배터리 등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