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 듣는 U2 라이브…구름 위를 걷다 불꽃에 휩싸인 보노 [라스베가스 스피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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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공연에 인당 100만원+"쉴새 없이 돌아가는 슬롯머신의 소음과 뿌연 담배 연기, 화려한 도시의 불빛으로 가득한 '씬 시티' 라스베가스. 그 혼돈을 뚫고 도시 한켠에 사뿐히 내려앉은 둥글고 거대한 행성으로 향했다. 그 행성의 이름은 '스피어(Sphere)'. 작년 가을부터 영상과 사진으로 SNS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그 스피어를 지난 달 15일 저녁 찾았다. 이날은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U2·UV-Achtung Baby' 스물 네 번째 공연이 열리는 날. 좁은 복도에 약 2만 명의 인파와 긴 줄을 서서 스피어로 향하는 길은 꼭 우주로 향하는 것만 같았다. 대기하는 복도에선 마치 지구를 떠나는 금세기 마지막 인류가 된 것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휴일을 보내러 온 미국 중서부의,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로 한껏 멋을 낸-U2와 함께 세월을 보낸-중장년층들과 함께였다.○180도 스크린으로 만난 보노와 U2
40회 공연에 1만8600석 '솔드아웃'
U2의 전성기를 소환한 스피어 최초의 콘서트 현장
스피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밤이었지만, 세계인들에게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명성을 듣게 된 건 U2의 콘서트가 열리면서다. 지난해 9월 29일을 시작으로 오는 3월 2일까지 장장 5개월 간 40회에 걸친 공연이다. 그것도 2019년 이후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았던 전설의 록밴드 U2라니. 공연장은 거대한 스크린이 관객석을 180도 둘러싸고 있었다. "1층과 무대 앞 스탠딩석보다 뒤
로 갈수록 감동이 더 크다"는 리뷰를 믿고 400열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뒷쪽 좌석을 택한 건 시각적으론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자리를 찾아가는 급경사로에서 뒤를 돌아보면 잠시 아찔하고 아득했다. 외관이 360도의 살아있는 파사드를 자랑한다면, 내부의 스크린은 세계 최고 수준의 16K 고화질 LED로 압도했다. 인간의 시야각이 감상할 수 있는 최대치를 구현해 어느 좌석에 앉아도 무대와 스크린이 또렷하게 잘 보였다. 1980년대부터 파격적인 무대 실험을 해온 U2는 무대 장치를 직접 설계하는 대신 예술가들과 손잡았다. 에스 데블린, 존 제라드, 마르코 브람빌라 등과 협업한 영상들이 끝없이 180도 스크린에 투사됐다.U2는 숫자로 가득찬 매트릭스의 세계로 떠났다가, 거대한 크리스마스 궁전 속으로 들어갔다가, 웅장한 호수 위를 걷기도 했다. 네바다주의 사막 위에서 노래하는가 하면 별이 쏟아지는 우주의 무중력 상태로 빨려들어 노래했다. 이들은 때론 화염과 불꽃에 휩싸이기도 했다. 높이 76m의 스크린에는 U2 멤버들의 현재 표정과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확대되고 이곳 저곳 예술 작품들 사이를 움직여 다니며 모든 관객들과 대화했다.○반세기 록밴드의 관록, 최첨단과의 조우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데뷔한 U2는 스피어 장기 공연에서 마치 자신들의 일대기를 다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U2를 세계적으로 알린 1992년~1993년 'ZOO TV'투어의 4D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ZOO TV 투어는 U2가 1991년 'Actung Baby' 앨범 발매한 뒤 이듬해부터 2년간 월드 투어를 했던 기록이다. 자동차를 공중에 걸어놓는 장치로 압도적인 시각 예술을 선보였던 추억의 공연. 마침 스피어 공연을 시작한 지난해는 이 투어의 30주년이기도 했다. U2는 당시 투어의 오프닝곡이었던 'Zoo Station'을 첫곡으로 골랐다. 2억 장 가까운 앨범 판매를 하고, 22개의 그래미상을 받은 저력을 뽐내듯, 'Acthung Baby' 앨범의 수록곡 전곡은 물론 'With Or Without You', 'Beautiful Day', 'Vertigo' 등 스물 두 곡을 불렀다. 시즌을 의식한듯 캐럴을 부르기도 했고, 비틀즈와 앨비스 프레슬리의 곡도 리메이크 했다. 다만 45년 만에 처음으로 원년 멤버인 드러머 레리 멀린 주니어 없이 연주했다. 허리 수술 회복 중인 그의 빈자리는 네덜란드 드러머인 브람 반 덴 베르그가 대신했다. 디 엣지(기타와 키보드), 아담 클레이턴(베이스)과 함께한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보노는 스피어 공연장과 미국 관객들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여러분,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 같나요? 제임스 돌란의 이 위대한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이 가능한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쩌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앞으로 깨어나 성장할 일만 남은 어린 아이와도 닮았네요." 라스베가스=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