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뽑기 확률 조작한 넥슨…116억 과징금 '폭탄'

공정위, 전자상거래법 적용 사례 첫 전원회의 심의
거짓으로 알리기도…역대 최고 과징금 부과
넥슨 ‘메이플스토리’ . 사진=한경 DB
넥슨코리아가 장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에서 뽑기 아이템(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인기 옵션 획득 확률을 낮추고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관련 과징금 중 역대 최대다. 넥슨이 2018년 '서든어택'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거짓·기만행위에 대해 제재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해 가중 처분된 결과다.

공정위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와 슈팅게임 '버블파이터'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인기 옵션이 나오는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했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메이플스토리에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했다. 이른바 '현질’(현금을 써서 게임 아이템을 사는 행위) 아이템인 큐브는 게임 이용자(유저) 캐릭터가 보유한 장비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아이템으로 향상 정도는 어떤 옵션이 뽑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넥슨은 당초 큐브 도입 시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첫해 9월 유저에게 인기 있는 옵션이 적은 확률로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의 확률 구조를 변경했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1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큐브 사용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 조합을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구조를 변경했고, 해당 사실 역시 유저에게 불문에 부쳤다. 또한 넥슨은 2011년 8월 공지를 통해 큐브의 확률 구조 변경 사실에도 불구하고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으로 공지하기도 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넥슨은 게임 내 장비 등급 상승 확률을 임의로 낮추기도 했다. 2013년 장비의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 오를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인 '블랙큐브'를 내놓으면서다. 출시 당시 블랙큐브의 레전드리 등급 상승 확률은 1.8%였으나 이를 꾸준히 낮춰 2016년 1월에는 1%까지 떨어졌다.공정위에 따르면 큐브 확률이 변경된 2010년 9월부터 확률이 외부에 공개된 2021년 3월까지 넥슨이 큐브를 판매한 매출은 5500억원(잠정치) 규모다.
사진=한경 DB
넥슨의 또다른 게임 버블파이터 역시 확률형 아이템 관련 거짓·기만행위가 적발됐다.

넥슨은 2015년 버블파이터에서 유저가 빙고판에 적힌 숫자와 같은 카드를 열어 빙고판을 완성하면 보상을 받는 '올빙고 이벤트'를 열면서 유저에게 불리하게 확률을 낮추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벤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인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일정 확률로 '골든 숫자카드'를 얻을 수 있었지만, 10차 이벤트가 열린 2017년 10월부터 2021년 3월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을 5개 사용하기 전까지는 골든 숫자카드를 획득할 확률을 0%로 바꿨다. 여기에 더해 넥슨은 올빙고 이벤트 관련 공지에서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숫자가 획득된다’고 거짓으로 공지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넥슨이 소비자 선택 결정에 중요한 정보인 확률 관련 사항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데 대해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거래한 행위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넥슨에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영업정지 6개월의 제재를 부과해야 하는 사안이나, 서비스 정지 시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과징금으로 대체했다는 설명이다.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초로 전원회의를 통해 심의된 사건으로, 온라인 게임시장에서의 소비자 기만행위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를 지속해 감시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큐브가 게임(메이플스토리)의 핵심상품이란 점과 위반 기간이 길다는 점, 서든어택에 이어 두 번째 위반이란 점 등이 반영돼 역대 최대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