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ETF처럼 상장 거래된다…판매보수 경쟁도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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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 발표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 걸림돌로 꼽혀온 '상관계수'가 더는 운용사를 옥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공모펀드의 상장거래가 추진되면서, '상관계수의 구애를 받지 않는 액티브 ETF'를 낼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공모펀드 상장…사실상 액티브 상관계수 무력화
판매사 보수체계 개선·펀드 비교추천 서비스도
당국은 공모펀드를 ETF 형태로 상장할 수 있게끔 하면서, 이 상품들에 한해 공모펀드에 적용돼 온 '지수연동' 요건을 없애기로 했다. 기초지수(비교지수)와 연동되지 않는 만큼 상관계수 운용규제 또한 받지 않는 액티브 ETF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다만 기초지수를 없애는 것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때문에 이런 상관계수 없는 액티브 ETF들은 법제화 전까진 금융당국 특례 제도인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운용 자율성이 극대화된 상품들이 대거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어서 투자자들로선 선택지가 보다 넓어질 전망이다.3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을 공개했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 생각해 달라"며 "일반 주주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 개선점을 고민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금융위는 기관·상품·인프라 등 크게 세 개 측면으로 나눠 제도 개선 방안을 설명했다. 기관 측면에선 △판매보수 외부화를 통한 판매사 보수체계 개선 등을, 상품 측면에선 △일반 공모펀드의 직접 상장 △ETP(ETF와 ETN) 신상품 보호제도 개선 등을, 인프라 측면에선 핀테크 플랫폼 내 펀드 비교추천 서비스 추진 등이 발표됐다.
먼저 이번 제고방안의 핵심은 액티브 ETF에 한해 상관계수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금융위는 이번 제고방안을 내기에 앞서 진행한 조사에서 기존 공모펀드가 거래 편의성과 수익률이 뒤떨어져 투자자들 외면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공모펀드는 가입과 환매 절차·기간이 일반 주식보다 복잡하고 긴 데다 판매 보수·수수료 측면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 대비 비싸다. 펀드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반면 ETF 수요는 계속 커지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당국은 공모펀드도 ETF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상장시키기로 했다.
당국은 공모펀드를 ETF로 바꾸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234조에선 ETF가 특정 지수에 연동해 운용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서의 지수 연동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상관계수란 해당 종목이 기초지수 성과를 얼만큼 잘 복제하는가를 나타낸다. 그래서 기초지수 연동 의무가 사라지면 상관계수 규제 역시 의미가 없어진다.
제도 개선에 따라 시장에는 총 세 형태의 ETF가 공존하게 된다. '상관계수 규제(0.9)를 받는 패시브 ETF'와 '상관계수 규제(0.7)를 받는 액티브 ETF' 등 원래 시장에 있었던 두 형태에 더해 '상관계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액티브 ETF'가 생기는 셈이다.하지만 이를 가능케 할 법 개정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때문에 당분간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서, 지수 연동 없이 공모펀드를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당국 계획이다. 올해는 샌드박스 제도를 통하겠지만 당국은 내년 중으로는 법 개정을 끝내고 정식으로 상장 공모펀드를 내줄 계획이라고 전했다.상관계수 제거는 운용사들의 숙원 중 하나였다. 이번 제도대로 공모펀드들을 ETF로 상장할 때만 관련 규제를 없애주는 것은 기존 액티브 ETF 상품들을 냈던 운용사들에게는 역차별일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시장에 이미 상장해 있는 액티브 ETF들의 규모만 약 38조원에 달한다. 적극적인 운용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의 경우 상관계수 요건으로 인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의 차별성이 그닥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당국은 "기존 액티브 ETF도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 투자설명서 정정 등을 통해 지수연동 요건이 없는 신규 상장 공모펀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절차는 복잡할지라도 운용사들이 원한다면 기존 액티브 ETF도 상관계수 규제에서 자유롭게 바꿔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당국은 서로 상품 콘셉트 등을 베끼는 'ETF 카피캣'이 끊이질 않는 만큼 신상품 보호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독창성 있는 ETP에 대해선 비슷한 상품을 반년 동안 내지 못하도록 하는 거래소 보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기초지수 구성종목 중복비율' 등 특정 기준을 삼아서 신상품으로 볼지 말지를 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이 가변적인 수치여서 현 시장에선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당국은 ETP 신상품 심의회를 꾸려서 지금의 정량평가를 정성평가로 바꾸고 독창성, 창의성, 기여도 등을 융통성 있게 매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국은 운용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판매사의 보수체계도 손 본다. 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되는 공모펀드의 경우, 투자자는 해당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판매를 맡은 판매사에도 정기적으로 투자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값을 판매보수로 내야 한다. 판매보수는 운용사가 일괄 결정하기 때문에 개별 판매사가 임의로 판매보수 수준을 바꿀 수 없었다.
같은 상품에 대해선 모든 판매사가 같은 판매보수을 받고 펀드를 팔아야 했던 것이다. 이는 판매사 간 가격 경쟁을 아예 차단하기 때문에 보수 할인 유인도 없다. 나아가 운용사들은 판매사의 추천리스트에 자사 상품을 넣기 위해 판매사가 받아가는 판매보수 수준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비용'으로 고스란히 전가돼 왔다. 그런데도 판매보수는 펀드재산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펀드재산 운용결과로 인식되기 쉬워, 이런 비용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한 투자자들도 많았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과 증권사가 직접 공모펀드 판매보수를 책정하고 소비자들로부터 받아내도록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또 당국은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핀테크사 플랫폼에서는 공모펀드를 비교·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중개행위에 해당돼서 인가 없는 사업자는 펀드 비교·추천을 할 수 없었다. 현재 예금과 보험 등을 비교·추천하는 플랫폼들은 많다. 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펀드 비교 서비스를 희망하는 핀테크사에 한해 승인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 판매처를 다양화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 것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