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시아 영향력 더 세지나"…사우디, 브릭스 공식 가입

'미국과 줄타기' 사우디
중국·러시아 주도 브릭스 가입
사진=XINHUA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이 이날 브릭스 가입 사실을 발표하며 "브릭스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유익하고 중요한 통로"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에너지 및 중동 안보 이슈에서 미국의 오랜 우방국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러시아 등 반미 진영과도 교류를 확대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브릭스는 지난해 8월 정상회의에서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등 5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도 브릭스 회원국으로 승인됐지만, 4개월여 뒤 새로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브릭스 가입에 반대하면서 실제 가입 절차는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갈등 등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중국의 긴장이 고조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브릭스 가세는 중동은 물론 국제 정세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를 이끄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브릭스로 또 다시 결속을 강화하면 국제 원유 시장에서 이들의 입지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은 사우디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의 최대 석유 고객인 중국은 서방에 대항하는 균형추로서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며 "사우디의 합류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중심축이 되려는 브릭스의 존재감이 증폭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