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운동가 안경신과 현미옥,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역사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 안경신·현미옥을 각각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이 연달아 개막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연업계 우수 신작 발굴을 위한 지원사업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창작산실) 선정작 6개가 이번 달부터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고 3일 밝혔다. 국내 대표 공연예술지원사업 중 하나인 창작산실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274개 공연을 지원해왔다. 뮤지컬 '호프' '레드북'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여러 작품을 배출했다. 올해는 연극과 뮤지컬, 무용, 음악 등 총 28개 작품이 선정됐다. 이번달 개막하는 선정작 중 눈에 띄는 작품은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연극 '언덕의 바리'와 '아들에게'다. 소재가 비슷한 두 작품이 동시에 선정되는 건 드문 일이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오는 6일 개막하는 '언덕의 바리'엔 독립운동을 하다가 폭탄을 던져 체포된 안경신의 이야기를 바리데기 신화(망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바리공주 신화)와 엮은 작품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구성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김정 연출가는 "바리데기 신화에 나타나는 희생적인 면모와 안경신의 인생이 닮아 있다고 느꼈다"며 "독립운동가로서 정의로운 모습 뿐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 등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달 1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아들에게'는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한 현미옥(앨리스 현)의 이야기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현미옥을 박기자라는 인물이 인터뷰를 하는 형태로 극이 진행된다. 김수희 연출가는 "미국에서 태어나 사회주의에 심취하고, 독립에 대한 신념을 키워 나가다가 북한행을 택한 앨리스 현의 실제 인생 궤적에 매료됐다"며 "정치적이거나 사상적인 작품은 아니고 인간로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민요를 다섯 대의 첼로와 밴드 음악으로 새롭게 해석한 '민요 첼로'(1월 6일, 아르코예술극장), 신데렐라 동화를 두 언니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창작오페라 '3과 2분의 1 A'(1월 11~12일, 국립극장), 전통음악 형식인 만중삭을 재해석한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1월 12~13일, 아르코예술극장), 물을 소재로 전통 장단을 재해석한 '물의 놀이'(1월 20~21일, 대학로예술극장) 등도 공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