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배드파더스' 운영자 유죄 확정

명예훼손 혐의 기소, 1심서 무죄
2심 '벌금형 선고유예' 상고심서 확정
대법 "비방 목적 인정, 권리 침해 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 구본창씨가 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이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판결이다.구 씨는 2018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 5명의 사진과 이름, 거주지, 직장 등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게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5명은 직접 구 씨를 고소했고, 실제로 구 씨가 사이트에 공개한 피해자는 더 많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 모두 무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도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이트 운영의 주된 목적은 ‘사적 압박을 통해 양육비 지급을 신속하게 간접 강제하기 위함’인 점에 대해 부인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들의 인격권 및 명예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비방할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도 피고인의 행위에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이트는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볼 수 있고, 양육비 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구 씨는 2021년 7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 3년 만에 폐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