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B2B 영업, '한국식 신뢰관계'와 논리력 섞어라 [긱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떠올리면, 각자 생각하는 ‘왕도’는 다릅니다. 자리를 함께하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영업이 생각나다가도 논리적 설득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특히 신성장 분야인 스타트업 영업에선 요구되는 역량이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간 영업 현장을 누빈 이병욱 빅밸류 CMO가 후배 스타트업 영업맨들을 위해 다시 한번 노하우를 전합니다.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끈끈함의 영업과 논리의 영업을 어떻게 혼합할 수 있는지 풀어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영업의 성공 지표는 고객만족이다. 이와 달리, B2B 영업은 자사 제품이 고객사 밸류체인에 일부 또는 전체에 기여해, 고객사 비즈니스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다. 목적 달성을 위해 B2B 영업활동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고객사의 비즈니스 구조, 절차, 담당부서 성과지표(KPI) 및 고객사 수익창출 요소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에, 우리 제품이 고객사에 어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해법을 찾아야 효과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고객사의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내부 구성원들과는 수많은 협의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B2B영업은 고객 및 내부 관련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영업목표 달성의 필수 항목이다. B2B 영업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크게 대인관계 기술과 논리적 사고력을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대인관계 기술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고 일컫는 경우가 많지만, B2B 영업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대인관계 기술과 더불어 논리적 사고능력이 결합된 형태로 요구된다. 간략히 정의하면, 대인관계 기술은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으로 전반적인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하는 영업 과정이다. 논리적 사고는 대인관계 기술을 통해 소통된 정보를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능력이다.

대면 인터뷰에서 성과를 얻는 ‘핵심 질문’

두 가지 능력 중 하나 또는 둘 다 부족한 영업대표는 스타트업 B2B 영업활동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변에 내부 인간관계 좋고 고객사와 영업관계도 원활한 영업사원이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들은 대게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좋은 고객 접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은 가능하지만, 논리적 사고 없이 다음의 진행 방법을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곡된 정보와 양질의 정보 구별방법, 좋은 정보와 영업성과와의 연결고리, 해법을 찾기 위한 과정 등에 있어 논리적 사고는 필수적 요소다.

반대로 전자의 경우에 비해 적은 사례이지만, 논리적 사고로 컨설팅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은 있으나 대인관계에서 한국식 끈끈하고 편안한 신뢰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영업대표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중요정보의 유입채널이 부족해, 장기적인 영업기회 획득과 매출증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고객과 신뢰관계 형성이 안된 영업은 언제든지 대체가능 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컨설팅 또는 문제해결 능력은 다른 영업들도 보유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리서치만 하는 영업대표들도 꽤 자주 접하게 된다. 고객사 내부의 중요한 정보는 인터넷상에 전무함에도 웹 서칭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영업대표를 볼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시간의 10분의 1일이라도 대면영업에 투자한다면 소중한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텐데, 그 귀중한 시간을 날리는 걸 보고 있자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대면 영업을 소홀히 하는 이유는 고객 인터뷰 기술, 내·외부 신뢰 구축 과정, 고객사 성향에 맞는 대화법 등 대인관계 기술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B2B영업은 수많은 고객과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서 기회 및 성과를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자사의 제품 소개에 대한 PT는 너무 기본이라서 언급하지 않겠다. 제품 소개 이상으로 실제 중요한 기술은 고객사의 내부를 파악해 핵심 정보를 얻는 인터뷰 기술이다.

‘우리 제품 관련 어떤 내부의 Pain-Points(PP)가 있는지? 해결방안은?’
‘PP가 없다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얻고자 하는 개선점은 무엇인지?’
‘해결방안 및 개선점은 주로 누구에게 수혜가 가는지?’
‘얼마의 성과측정이 가능한지?’

그 외에도 지속적이고 편안한 대면관계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면접촉에서 필수 요소다. 외부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경영진을 포함한 유관부서들과도 늘 가벼운 영업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서 매출 달성 과정을 같이 만들어 가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고민을 하다가 결론을 내고 잘못된 기능 개선에 대해 요청을 하다 보면, 내부에서는 왜 저런 영업만 진행하느냐는 질책을 받을 수 있다. 영업은 내부 지원부서를 매출 부진 원인으로 탓하겠지만.

정보 파악 시간 줄이는 5가지 영업 흐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객사와의 대화에 고려할 중요 변수는 고객사 담당자 성향이다. 그의 성향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사고방식이 논리적인지 감정적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물론 가장 선행돼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금융이나 빅테크 기업인 경우 대게 담당자들이 내향적이며 논리적인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런 경우는 내향의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이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대화와 대화 사이에 인터벌(간격)을 더 두고 흐름을 천천히 이끌어 가야 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제품 소개나 영업은 잠시 참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들은 말이 많은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상당히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기에 논리적으로 인관관계만 정확히 파악하면 쉽게 내부 정보를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대인관계 기술은 고객사 정보탐색 시간 절감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이점을 보완하지 못하면, 영업보다는 사업기획이나 영업지원 업무가 본인에게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제품이 표준화돼 있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폭넓은 대인관계만으로도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신사업 분야가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대인관계 기술만으로 영업기회 창출 및 매출 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난관을 헤쳐나가긴 어렵다. 왜냐하면 고객사 정보분석 및 내부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과관계, 일반화, 논리적 비약 등 다양한 오류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중 너무나 흔한 간단한 인과관계의 오류를 예시로 들어보자. “고객사가 과거에도 A라는 새로운 분야의 제품을 도입한 성공경험으로, 자사 신제품 도입에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는 고객사 담당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어떤 논리적 사고를 해야 할까? 첫째로 그 성공은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 이루어진 것인지, 담당자만의 성공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두번째로 A라는 변수만 원인인지를 따져야 한다.이어선 시장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A제품이 도입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는 다른 제품, 변화된 내부 규정이 동시에 해당 성공에 기여하지 않았는지, A 제품과 우리 제품의 차이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논리적 사고 없이 저 한마디로 주관적인 확신을 갖고 내부에 영업 성공을 보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논리적 허점이 숨어 있다면, 해당 마감 일자가 다가오면서 당연히 영업 성공 건이 급격히 줄어든다. 명확한 원인도 모른 채.

머리가 게으른지, 몸이 게으른지 스스로 물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영업이 주로 선택하는 방법은 대인관계에만 집중된 영업이다. 새로운 회사로 옮긴 영업대표 중 절반이상은 자신의 기존 영업채널 또는 익숙한 업종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 조직의 방향성, 내부 경쟁 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주관적으로 판단한 제품의 속성, 방향성으로 단기 매출실적에 집중한다. 기존 친한 고객사에 우리 제품을 과대·왜곡 포장해서 억지로 욱여넣는 경우가 빈번하다.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관계영업이 잘못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단지 고객사와 자사제품, 그리고 고객사의 추가가치에 대한 논리적 정립이 없이 인간관계만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것은 본인과 회사의 실질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인관계 기술과 연계해서 다시 언급하면, 외향적이고 감성적인 구성원들이 많은 건설·유통 분야의 실무부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논리적 비판 없이는 인과관계 모순이나 일반화의 오류에 영업대표가 같이 빨려 들어가 시간낭비를 할 수 있다. 왜곡된 정보에 영업의 주관적인 판단까지 합쳐지면, 내부 합리적인 경영진이나 관련자들은 해당 영업의 논리적 허점에 점점 지쳐가면, 지원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 발행한다. 결국 영업성과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이 그대로 준용된다. 영업 효율성으로 따지면 리서치보다는 전화와 이메일이, 이보다는 대면접촉이 정보파악에 더 효율적이다. 단,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가 기본 체력으로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다. 고객과의 미팅을 통해서 나의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핵심정보가 무엇인지, 어떻게 그러한 정보를 얻을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안된 사람들이 주로 리서치에 시간을 허비하는 듯하다.

‘성과달성의 명확성’은 논리적 사고 없이는 확보할 수 없다. 논리적 사고가 안된다면 고객의 내부정보, 우리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불가하다. 고객의 왜곡된 정보, 우리 제품 활용성에 대한 필요이상의 기대치, 매출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희망 등은 궁극적으로 목표달성에 대한 길을 잃게 할뿐더러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B2B 영업활동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영업은 다음의 사항들을 확인하고 노력하길 바란다.

1. 내가 논리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
2. 내가 대면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는지?
3. 머리가 게으른지, 몸이 게으른지….

필자 또한 이 글을 통해 다시한번 체크하면서 2024년 점검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보다 더 효율적이고, 향후 지속적, 확대 가능한 명확한 영업체계 구축을 위해.
이병욱 빅밸류 공동창업자·사업총괄이사(CMO)

△ASU Thunderbird MBA(전략 & 마케팅 전공)
△ 더존비즈온 모바일사업부 부서장
△ 포시에스 해외 영업팀장
△ KG제로인 금융솔루션 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