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끈끈해진 '삼성·현대차 동맹'…이번엔 SW 공동개발

OLED·반도체 넘어 협력 확대

車에서 TV·에어컨 원격 제어
집에선 車 시동 걸고 온도조절
하반기부터 양사 플랫폼 연동
'전고체 배터리 맞손' 가능성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홈투카카투홈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4일 발표했다. 현대차·기아 차량에서 삼성전자 가전 관리 앱인 ‘스마트싱스’가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협력 관계가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삼성이 만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현대차·기아 차량에 장착하는 ‘하드웨어 협력’을 넘어 두 회사의 핵심 서비스를 공유하는 ‘소프트웨어 동맹’으로 확대돼서다.

삼성전자의 가전 관리 앱인 ‘스마트싱스’로 현대차·기아 차량을 제어하고, 현대차 엔포테인먼트로 가전기기를 관리하는 내용의 플랫폼 협업에 나서기로 한 것. 산업계에선 미래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한 ‘환상의 복식조’가 구성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시동 켠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4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협약에 따라 스마트싱스와 현대차·기아의 차량 제어 플랫폼인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올 하반기 중에 연동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하나로 묶기로 한 것이다. 플랫폼을 공유하기 위해선 사실상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홈투카·카투홈 서비스는 쉽게 말해 차에서 집에 있는 가전기기를 관리하고,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컨대 집에서 스마트폰에 내장된 스마트싱스로 차량의 시동을 켜거나 끌 수 있고 전기차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차에 장착된 인포테인먼트로 집에 있는 TV와 에어컨을 작동할 수 있다.수많은 가전기기와 자동차를 스마트폰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스마트싱스 앱을 ‘기상 모드’로 설정하면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집 조명·TV가 켜지고, 자동차는 출근 시간에 맞춰 적정 온도를 맞춘다. 홈투카·카투홈 서비스로 가전과 차량의 에너지 사용량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삼성·현대차의 ‘미래차 동행’

삼성과 현대차의 ‘전차(電車) 동맹’은 시간이 갈수록 더 넓어지고, 더 세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인포테인먼트 칩과 이미지센서(카메라 눈 역할을 하는 고성능 반도체)를 장착했고,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과 삼성SDI의 배터리도 현대차에 들어간다.

삼성과 현대차의 ‘브로맨스’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두 그룹은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 관계였다. 신경전은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든 1995년 극에 달했다.하지만 2020년부터 두 그룹은 앙금을 털고 ‘미래차 파트너’로서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만나 사업을 논의한 게 시작이었다. 삼성·현대차그룹의 총수가 파트너십을 위해 배석자 없이 만난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정보기술(IT) 부품과 배터리가 핵심인 전기차는 삼성과 현대차 모두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분야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및 배터리 기업인 삼성은 현대차와 손잡으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반대로 현대차는 삼성으로부터 성능 좋은 부품을 납품받을 수 있다.

업계에선 “두 그룹의 협업 범위가 소프트웨어 기반 전기차(SDV)로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을 생산하는 등 이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쌓은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기본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현대차가 설계한 자율주행 칩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두 그룹 협업 범위가 전고체 배터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이 크고 안전한 제품이다. 삼성SDI는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시범 생산한다.

김익환/빈난새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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