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변화···’면’에서 ‘선’으로, 이젠 ‘점’이 흥망성쇠 가른다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WM라운지]
꼬마빌딩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A씨. 강남이나 홍대처럼 전형적인 상권을 염두에 두고 매물을 찾아봤지만 유명 상권의 경우 가격대가 높아 엄두가 나지 않았고, 대안으로 접근할 만한 상권을 찾고 있다. 투자 물건으로 제안을 받은 몇몇 곳을 실제 찾아가 살펴보니 주변에 이렇다 할 번화가가 눈에 띄지 않아 과연 해당 매물에 투자를 해도 되나 조심스럽기만 하다. 부동산 중개사는 상권의 패러다임이 바뀐 거라고 한다.

상권이 달라지고 있다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상권의 경우 대부분 지도상에서도 상권이 눈에 띌 정도로 넓은 면적을 이루고 있다. 상업지역으로 표시된 지역은 유사한 형태와 규모의 상가건물들로 구성이 되고 소비자 역시 해당 지역을 이동하며 유사한 소비행태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잠실역 일대 상권, 출처 : 카카오맵)
명동 밀리오레, 강남 CGV(현재의 메가박스), 신천역(현재의 잠실새내역) 맥도날드, 혜화역 배스킨라빈스처럼 만남의 장소로 주로 활용되던 상가의 경우 해당 상권의 터줏대감이자 진입로의 초입에 위치한 상가들이 대부분으로, 해당 물건지부터 이동하면 크게 동선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상권을 이용하기에 용이하다. 상권을 돌면서는 유사 업종들이 즐비해 있어 눈에 띄는 곳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소비가 이루어지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면'에서 '선'으로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상권이 등장했는데, 이른바 ‘~리단길’로 일컬어지는 ‘선형의 길’ 상권이다. 가장 처음 시작된 길은 이태원의 ‘경리단길’로, 이태원동 경리단 건물을 시작으로 하얏트호텔까지의 회나무로와 이면 골목까지 뻗어 있는 상권이다. 미군부대가 가까이 있어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다 보니 이국적인 식당과 카페 등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특색 있는 상권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망리단길’, ‘용리단길’, ‘송리단길’ 등 ‘길’상권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유사한 길 상권인 ‘가로수길’, ‘샤로수길’ 등도 생겨났다.
(망리단길 상권, 출처 : 카카오맵)
선상권의 경우 선형으로 연결된 길을 왕복으로 오가며 소비가 이루어지는데, 상권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점포 또는 골목이 있어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 나오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해당 상권을 찾는 수요가 응당 방문하게 되는 인기 점포가 몇 곳 있으며, 이들 점포를 중심으로 길상권의 유명세가 확대되기도, 축소되기도 한다.

이제는 '점' 상권유명 프랜차이즈나 기업형 상가의 경우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더라도 의도적으로 핵심지역의 거점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하는데, 수익을 발생시켜야만 하는 일반적인 상가의 경우 이러한 선택이 쉽지 않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혹은 의도적으로 전면 상가를 포기하고 상권의 이면이나 1층이 아닌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패러다임은 모바일의 보급화 및 SNS의 발달도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는 이들 ‘숨은 상가’를 찾아 좁은 골목 안쪽, 건물의 구석구석을 찾아오게 됐다. 심지어 간판조차 없는 상가를 찾고 발굴하며 그들 만의 재미를 추구한다. 주변 상권을 둘러볼 필요가 없고, 휴대폰의 지도만을 좇아 목적지를 찾아간다.
(간판 없는 맛집 / 출처 : 네이버)
이러한 점 상권은 킬러 콘텐츠가 사람을 끌어들인다. 기존에는 가시성과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던 즉 숨겨져 있고 가려진 상가가 이러한 ‘놀이’에 있어서는 오히려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상권에서의 입지를 뜻하는 ‘목’이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웃한 상가들이 성업인 경우에는 내가 보유한 상가도 매출이 잘 나오고 권리금이 상승하는 구조가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권은 시장에서 먹히는 콘텐츠를 갖춘 상가가 사랑을 받고 살아남는다. 목이 좋지 않더라도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가성비가 훌륭한 수익형 부동산이 되기도 하고, 대로변 전면 상가라 할지라도 강점이 없다면 임대료 연체를 걱정해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김윤희 하나은행 WM본부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 본 기고문의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소속회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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