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편집 시대 연다…동물모델 개발

국제학술지 셀 게재
김진수 엣진 CTO 교신저자 참여
(좌측부터) 이현지 교수(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이성현 교수(성균관대학교 의학과 및 메타바이오헬스학과), 김진수 교수(싱가포르국립대, ㈜엣진 CTO), 홍성호 연구원(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조성익 박사(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임가영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 서열에서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G)으로 변형한 마우스 모델 제작에 성공했다.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이현지 고려대 의대 융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엣진 연구팀과 함께 동물모델에서 'A-to-G'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고 5일 발표했다. 툴젠 창업자인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엣진 CTO)이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인용지수 66.85)에 실렸다.세포 속에 있는 에너지 공급원인 미토콘드리아 내부엔 DNA가 있다. 이 DNA 서열이 잘못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망가져 뇌, 신경, 근육 등에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유전적 결함은 모계로 유전되기 때문에 엄마의 유전적 변이 등이 아이에게 유전돼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이 DNA를 교정하는 데에 쓰이지만 특정 DNA 서열을 인식하는 가이드 RNA가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엔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 4종류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중 시토신(C)을 티민(T)으로 교정하는 효소(DdCBE)와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교정하는 기술(TALED) 등이 개발됐다. 그동안 DdCBE로는 마우스 모델 제작에 성공했지만 아직 TALED를 활용해 성공한 동물실험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기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기술인 TALED는 무작위한 RNA 및 DNA 변형을 일으켜 생쥐배아에 적용할 경우 비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반면(위), 연구진이 개량한 TALED-V28R은 무작위한 RNA 및 DNA 변형을 줄이고 나아가 미토콘드리아 질환모델 개발에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개발된 TALED가 세포 안에서 불규칙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TALED를 생쥐의 수정란에 주입해도 배아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더 정밀한 TALED(V28R-TALED)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TALED 부작용인 세포 내 무작위적 DNA·RNA 변형이 크게 줄었다는 것도 확인했다. 개량된 TALED를 생쥐의 수정란에 미세주입해 미토콘드리아 질환인 '리 증후군'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책임자인 이현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기술이 치료제로 개발되기 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연구"라며 "지금까지 적절한 치료법이 없었던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 길이 열리는데 한 발짝 더 다가갔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