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어도 체포…엘살바도르, 살인 범죄 급감

부켈레 대통령, 취임 후 갱단 소탕 정책 펼쳐
사진=AP
강력한 갱단 소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엘살바도르에서 살인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디아리오엘살바도르와 라프렌사그라피카 등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지난해 엘살바도르 살인 범죄 발생 건수는 154건으로 2022년의 495건보다 70%가량 줄어들었다.이는 인구 10만명당 2.4건 수준인데, 이는 전쟁과 분쟁 지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수치가 높았던 2015년 105.2건의 약 2.3%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 달 4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엘살바도르는 이제 공식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2015년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된 지 1년 만에 범죄율을 15% 이상 낮췄던 부켈레는 2019년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갱단 소탕을 일성으로 내세워 군과 경찰 등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책을 썼다.특히 속옷 같은 하얀색 반바지 차림의 수감자를 중남미 최대 규모 수용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한꺼번에 가두는 모습을 수시로 언론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엘살바도르 국내·외 인권 단체는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문제 삼고 있다. 2022년 3월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국가 비상사태' 속에 경찰이 체포·수색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 심증만 가지고도 시민을 체포하거나 주거지 등에 대한 임의 수색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그간 폭력에 지쳤던 현지 주민들은 부켈레 대통령에 대해 80∼90%대의 높은 지지 의사를 보내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 역시 대내외 비판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