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 이례적 신속 거부권…부당성 부각·총선 악재 최소화

尹, 역대 최단 8일만 행사…임시 국무회의 소집부터 재가까지 속전속결
대통령실 "헌법 가치 훼손에 신속한 입장 표명"
윤석열 대통령의 5일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쌍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12일), 간호법 제정안(19일),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 개정안(22일) 등 거부권을 행사한 다른 법안보다 빠르게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앞선 거부권 행사 당시에는 시한 만료 직전까지 여론 수렴 형식을 취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미 지난달 28일 쌍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직후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혀 예고된 결론이었지만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시간상으로 ▲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 주재(오전 9시) ▲ 재의요구안 국무회의 의결(9시15분) ▲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브리핑(9시35분)까지 거부권 행사 전 과정이 35분 만에 종결됐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셈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4차례의 거부권 행사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한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을 중대하게 여겼다는 의미다.

오는 4월 총선에 정략적 이용을 차단하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는 이 실장이 "총선용 악법"이라고 한마디로 규정한 데서 가장 뚜렷하게 묻어났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으로는 윤 대통령 일가를 노리고, '50억 클럽 특검법'으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보호하려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 행사가 매우 신속히 이뤄졌다는 질문에 "여러 가지 검토를 해 왔기 때문에 특별히 더 심사숙고할 일이 없었다"며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입장 밝히는 게 좋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한 데 대해선 "너무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다.

비서실장이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대통령 뜻을 제일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대통령실은 특검법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실장은 브리핑에서 ▲ 역대 특검법의 관례와 달리 여야간 미합의 ▲ 특검이 진행될 경우 이중·과잉 수사로 관련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 총선용 '여론 조작' 우려 ▲ 수백억원의 '혈세' 투입 등의 문제점을 들었다.

이처럼 반헌법적인 조항으로 가득 찬 특검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는 '헌법 수호자'인 윤 대통령 의무라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 수호자로서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이런 원칙에 반하는 특검법에 대해선 재의 요구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특검 대상이 대통령 배우자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문제점이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재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비판 여론은 부담이지만, 여당에 불리한 '김건희 특검' 이슈가 계속 굴러가면서 총선 전면에 등장할 경우 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대통령실 내 공통된 인식이다. 한때 여권 일각에서 쌍특검법의 4월 총선 후 특검 '조건부 수용' 가능성도 제기됐다가 대통령실이 불가 방침을 세우면서 여권 기류가 급격히 '전면 거부'로 쏠린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