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SNS에 무슨 일?…또 난리난 네티즌들 [이슈+]

친야 성향 가수 이승환, 尹 거부권 비판
김윤아·이영애 때처럼 갈라진 네티즌들
가수 이승환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손바닥 '왕' 자 논란을 저격하며 올린 셀카. / 사진=이승환 SNS 캡처
새해에도 연예인의 '정치 발언'이 논란이다. 친야(親野) 성향 가수 이승환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불이 붙었다. 지난해 가수 김윤아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발언으로 여론 심판대에 올랐던 것처럼, 이번에도 네티즌들은 정치 성향에 따라 이승환을 '개념 연예인'으로 치켜세우거나, 일명 '정치병자'(정치에 대해 지나진 집착을 갖는 이들에 대한 멸칭)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승환은 지난해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윤석열 대통령을 지적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윤 대통령이 2021년 12월 29일 경상북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여야의 '대장동 특검'과 '고발 사주' 쌍특검 공방을 두고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발언하는 사진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해시태그(#)로는 윤석열 정권의 슬로건인 '공정과 상식'을 달았다.
가수 이승환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등에 거부권 행사 방침을 정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 사진=이승환 SNS 캡처. / 사진=이승환 SNS 캡처
이승환의 게시물이 언론에 보도되고 온라인은 난리가 났다.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승환을 영웅화하는 분위기였다. "정말 멋진 분", "늙지 않는다는 거 빼고는 흠이 없는 멋진 형이다", "정말 용감하고 멋진 가수", "역시 개념 충만" 등 응원이 이어졌다. 반면 친여 성향 네티즌들은 이들과는 정반대로 날을 세웠다. "정치병자", "이승환이 좌파 인사는 비난하는 걸 못 봤다" 등의 반응이었다.

이렇게 네티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맛에 맞는 연예인들을 치켜세우거나 비난하는 양상은 지난해 8월 가수 김윤아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발언 당시 특히 두드러진 바 있다. 김윤아는 이때 오염수 해양 방류 시작 이후 SNS에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며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썼다. 뒤늦게 소속사가 정치적 입장을 피력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김윤아의 이런 글은 정치 쟁점화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자우림 김윤아(왼쪽), 이영애. / 사진=한경DB
당시 여당 지도부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나서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사실상 좌표를 찍었다. 이어 친여 성향 네티즌들은 김윤아에게 우르르 몰려가 비난했다. "개념 있는 척하려다가 오지게 당하네", "선동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우림은 좌우림", "감성팔이 그만하라" 등의 반응이었다. 친야 성향 네티즌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후원금을 쾌척한 배우 이영애를 여론 재판대에 올리면서 "김윤아는 개념 연예인이고, 이영애는 개념 없는 연예인"이라고 주장했다.연예인의 정치 발언이 적절하냐는 문제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파급력을 고려해 모든 발언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며 "요즘 같은 '분열의 시대'에 연예인까지 나서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연예인은 문화예술 영역으로 어느 분야보다도 사상, 양심, 창작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그게 시장경제원리이기도 하고 헌법 가치"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고 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