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채권단 입장차 '뚜렷'…워크아웃 무산 위기 고조

'최후통첩' 기한·F4 회의 겹치는 이번 주말이 '고비'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태영그룹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워크아웃과 관련 "다양한 경우를 염두하고 있다"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도 시나리오에 포함됐음을 시사한 데 이어 박성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이번 주말까지 추가 자구안을 내라고 '최후 통첩'을 날린 가운데 태영그룹이 어떤 안을 내놓는지에 따라 워크아웃 성사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이번 주말에는 고위급 협의체인 'F(Finance)4' 회의가 있어 이 자리에서 태영 자구안에 대한 평가 및 향후 방향성 설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태영-채권단, 인더스트리 매각대금 놓고 설전
5일 금융권과 태영그룹에 따르면 태영그룹과 채권단의 입장차가 가장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은 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890억원이 태영건설에 지원됐다고 볼 수 있는지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천62억원 중 1천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는데, 확보한 자금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이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티와이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고, 따라서 태영건설에 지원한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과 당국은 이 금액은 태영건설에 들어간 돈으로 볼 수 없고, 이 때문에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한 1천549억원이 아니라 659억원만 태영건설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입장을 내고 "티와이홀딩스의 채무 변제에 사용한 자금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차원일 뿐, 태영건설의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윤석민 회장이 실제로 자금 출연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태영 측이 약속한 1천549억원 중에는 윤석민 회장 지분 매각자금 416억원이 포함돼 있는데, 윤석민 회장의 자금은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된 자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의 자금은 파킹(빼돌림)해두고, 회삿돈으로 1천549억원을 채웠을 것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태영 측 관계자는 "이미 1천549억원이 모두 집행됐고, 누구 돈이 어디에 투입됐다고 나누기는 어렵다"며 "윤석민 회장의 지분매각 금액을 모두 태영건설 지원에 썼다"고 반박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출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윤세영 창업회장 딸 윤재연씨의 지분매각 대금 513억원도 남은 쟁점이다.

태영그룹은 윤재연씨는 경영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이 금액을 지원할 수 없다고 강하게 거부했지만, 채권단은 오너 일가가 진정성 있게 워크아웃에 임하기 위해서는 이 금액도 태영건설 지원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또 태영 측이 계열사인 SBS 지분을 내놓기 어렵다면 오너 일가가 가진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해서라도 유동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버티는 태영,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 거론…주말 '분수령'
당국과 채권단이 자구안 이행 및 추가 대안을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양새지만 태영그룹은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태영그룹은 채권단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어제 배포한 자료로 갈음하겠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최후 통첩' 기한으로 제시된 이번 주말쯤에는 워크아웃 개시 여부와 관련한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주말마다 진행되는 F4 회의에 산은과 국토부 등 주요 관계 부처 및 기관이 합류해 태영건설 자구안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에 대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오너가 추가 사재 출연 등에서도 미적거릴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반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며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하고 있고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법정관리행이 확정될 경우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추가 자금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분양계약자와 50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올해 금융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운데 태영건설이 쓰러질 경우 위기가 일파만파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외부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11일(1차 채권단협의회)까지 날짜가 많지 않다"며 태영 측에 신뢰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