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 뚫은 이닉스…"수주잔고 3444억+α 자신" [인터뷰+]

강동호 이닉스 대표 인터뷰

이닉스, 코스닥 상장 도전
2차전지 부품 '내화격벽' 등 생산

강동호 이닉스 대표가 지난 5일 코스닥 시장 상장에 앞서 가진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성장 전략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이닉스

전기차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배터리 폭발 위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다른 화재보다 강한 불길이 빠르게 번진다는 점에서 한 번 사고가 나면 인명 사고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 자동차 제조사·2차전지 업체들과 앞다퉈 배터리 안전 확보에 열을 올리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다.

이런 고민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글로벌 차량 제조사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업체가 있다. 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앞둔 2차전지 부품업체 '이닉스'다. 2028년까지 확보한 수주금액만 3500억원에 육박한다. 강동호 이닉스 대표(사진)은 지난 5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적인 추정치로 현재 검토 중인 건까지 포함하면 수주잔고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 포부를 밝혔다.

화재시 탈출 골든시간 확보…'내화격벽' 국내 유일 양산

내화격벽. 사진=이닉스 홈페이지

이닉스의 주력 제품은 배터리셀 패드와 내화격벽으로 모두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는 2차전지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셀 패드는 외부 충격이나 배터리셀 간 마찰로 인한 배터리 화재 위험을 방지하며, 내화격벽은 배터리에 불이 났을 때 불길 확산을 약 15분 지연시켜 탑승자의 탈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회사 업력 자체는 오래됐지만, 배터리셀 패드와 내화격벽으로 돈을 번지는 6년이 채 안 됐다. 이전까진 차량 등에 적용되는 흡음재, 테이프 등을 주로 판매했었다. 배터리셀 패드는 2018년 현대차·기아로부터 단독 수주를 받아 5개 차량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내화격벽은 2021년 개발 완료해 이듬해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에 최초 적용했다.

국내에서 내화격벽 양산에 성공한 건 이닉스가 유일하다. 강 대표는 "열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는 성능을 지니되, 배터리셀 내 굴곡진 곳에 최적화된 형태의 내화격벽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추기 어렵다"며 "소재·원가경쟁력까지 확보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배터리셀 패드는 42.43%의 비중을 차지했다. 내화격벽은 2.21%로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 강 대표는 "내화격벽은 현대차·기아 전기차(EV9 포함) 가운데 국내 생산 3개 차종, 미국 생산 5개 차종이 양산하면 바로 납품될 예정인 만큼 내화격벽의 매출 비중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028년까지 수주액 3444억…늘어날 여지 충분"

기아 EV9. 사진=기아

회사는 현대차·기아 외에도 폭스바겐, 포드, 스텔란티스, 폴스타를 고객사로 뒀다. 직접 고객사로는 현대모비스, H그린파워, SK온의 계열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 등이 있다. 이들 직접 고객사를 통해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셀 패드와 내화격벽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닉스가 이들 고객사로부터 확보한 수주금액만 2028년까지 3444억원(작년 11월 말 기준)이다.

이같은 수주 규모를 근거로 회사는 2028년까지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자신했다. 2024~2028년까지 수주잔고 추이는 △2024년 555억원 △2025년 1003억원 △2026년 750억원 △2027년 671억원 △2028년 465억원이다. 확정된 계약 건을 기준으로 한 수주잔고인데다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어 잔고가 더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고 회사 측은 판단했다.

강 대표는 "(수주잔고) 3444억원은 배터리셀 패드와 내화격벽 두 가지에 대한 수주잔고"라며 "두 제품이 주력이긴 하지만, 이외 회사가 판매 중인 내외장재 제품도 많고, 이들 제품의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추가 영업성과에 대해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이어 "신규 고객사 확보 기회도 엿보고 있다"며 "가능성 높은 곳은 일본 도요타, 독일 BMW"라고 덧붙였다.

IRA 대응 美공장 설립…신제품도 개발

더군다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한 고객사의 현지 생산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닉스도 규제 흐름에 발맞춰 미국 앨라배마주 오번시에 법인을 설립하고 신공장을 짓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도 미국 진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해서다. 공모자금은 전부 미국 진출과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공장은 오는 10월 완공되며, 제품 생산은 올해 말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앨라배마주는 현대차·기아의 공장을 비롯해 포드·SK온의 합작공장이 위치해 지리적 이점이 있는 곳이다. 회사는 미국 신공장 설립을 통해 기존 고객사의 추가적인 제품 수주, 현지 자동차 제조업체의 신규 수주에 의한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강 대표는 "현대차·기아의 물량만 봤다면, 미국 공장을 이렇게 크게 짓진 않았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규모의 생산능력이 필요한 만큼의 물량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추가 파이프라인도 부단히 개발하고 있다. 일단 올 하반기 업그레이드 버전의 2세대 배터리셀 패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고객사의 보안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밝히긴 어렵지만, 배터리 안전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고객사와 협업해 추가 제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신제품을 발굴·개발하고 있다.

매출 증가세…이익 창출도 안정적

실적은 증가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3년간 매출은 매해 늘었다. 작년 3분기 말 누적 매출은 9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최근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세 둔화로 매출 증가세가 다소 더뎠지만,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늘 것이라고 강 대표는 자신했다.

이익도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90억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2022년과 2023년(3분기 누적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이와 관련 "내화격벽 양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데다, 상장 관련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이닉스는 총 300만주를 공모하며 전량 신주 모집한다. 공모 희망 가격은 9200~1만10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276억~330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844억~1009억원으로 추정됐다. 회사는 오는 11~17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이달 23~24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내달 1일 코스닥 시장 상장이 목표다. 삼성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