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한·베 스포츠 교류 확대…'제2의 박항서' 나오려면

사격·태권도 등 종목서 한국인 지도자 활약…"여건 열악해 기업 지원 필요"
한국과 베트남이 재작년 12월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한 뒤 경제와 문화,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수교 이래 양국 관계 증진은 주로 최대 투자국인 한국 기업들이 이끌어왔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고용 창출, 소득 증대 뿐 아니라 산업화를 이끌면서 베트남 발전에 지대한 이바지를 해왔다.

현재 베트남에는 9천개에 달하는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5%로 추산되는데 이중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업체들의 기여도는 2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삼성은 수년간 베트남 총수출의 20%가량을 짊어질 정도로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경제 부문 기여와 더불어 '박항서 매직'의 등장은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친근감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에 부임한 박 감독은 이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부터 줄곧 신화를 써왔다.

그는 베트남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2018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축구 우승(2019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박 감독은 지난해 1월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많은 베트남 국민은 5년여간 대표팀을 이끌면서 '매직'을 보여준 영웅의 업적과 노고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가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지 1년이 지났지만, 박감독 인기는 여전하고 많은 베트남인은 그가 이룬 마법같은 결과들을 기억하고 있다.

당연히 베트남 한인들 사이에서도 박 감독과 같은 걸출한 스포츠 지도자가 계속해서 등장해 국격과 교민 사회 위상이 더 높아지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베트남에는 여러 한국인 체육 지도자들이 진출해있다.

사격 대표팀의 박충건 감독을 비롯해 태권도의 김길태, 요트 심이섭, 야구 박효철, 장애인태권도 이명식, 양궁 박채순 감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중 박 감독은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베트남에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가져다준 주역이기도 하다.

향후 이들의 리더십이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주목받는다면 스포츠 교류를 통한 양국 관계 증진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인 지도자들이 마음껏 활약하기에는 이들이 처한 여건이 너무나 열악해 본국 정부나 기업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회 출전은 물론 평상시 훈련 과정에서도 국가대표팀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예산 지원은 여러모로 부족하다.

특히 수 십년간 엘리트 스포츠 육성 정책을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둔 한국과 비교하면 지원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통역 요원을 비롯해 훈련 장비 및 장소도 여의찮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 지도자 경우는 박봉으로 간신히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회나 해외 훈련 참가 시 일부 종목 선수들은 돈이 없어 숙소에 전기밥솥을 놓고 취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체육계 인사는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경우 CJ베트남이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베트남 국가대표팀이나 지도자를 돕는 사례가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