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수 게임’ 둔 넥슨…운영 전략 풀고 AI NPC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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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텔리전스랩스, 약 700명 인력 확보게임의 진화는 기술의 발달과 비슷한 길을 간다. 그래픽 기술과 인터넷망 보급이 맞물려 1996년 온라인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가 등장했듯 기술은 게임 발전의 촉매가 돼서다. 최근엔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게임 혁신의 불씨가 되고 있다.
게임 운영 솔루션 '게임스케일' 외부 공개
보안, 마케팅, 데이터 분석 기능도 제공
AI로 한국어 음성 만들어 감정 표현도
넥슨은 2017년 데이터 과학 연구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세웠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게임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이 연구 조직에 몸담은 이들만 약 700명. 단일 연구 조직으로는 국내 게임업계 내 최대 규모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지난해 4월 데이터 기반 솔루션인 ‘게임스케일’을 첫 공개했다. 10년 이상 운영되는 장수 게임 다수를 운영해본 경험과 신기술 역량을 자사가 아닌 외부 업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업계 전반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29년 게임 운영 노하우, B2B 솔루션으로 공급
넥슨은 세계 최장수 그래픽 MMORPG인 바람의나라를 30년 가까이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온라인 등 다른 장수 게임도 운영하면서 이 업체는 실시간(라이브) 운영 경험과 이용자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이 게임의 생명을 늘리는 데 핵심이라고 파악했다. 게임스케일의 주안점도 이용자 경험 강화다. 이 솔루션은 게임 내 결제, 상점, 쿠폰 이용 등의 플랫폼 서비스와 보안, 데이터, 이용자 인터페이스(UX) 등의 분석 서비스에 기반하고 있다.게임스케일은 △보안 △마케팅 △커뮤니티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QA △운영 등 7개 패키지 73개 제품으로 구성된다. 게임 안팎의 구성 요소에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게임 이용자 간 매칭을 단순히 실력 차가 아닌 이용자 개인의 취향, 플레이스타일 등의 정보를 종합 활용해 결정하거나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업데이트 항목으로 추천 받는 게 가능하다.
보안 강화를 통한 이용자 이탈 방지도 가능하다. 넥슨은 2022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출시 당시 서비스 시작 3시간 만에 비인가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례를 적발해 신속 대응하기도 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이탈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 중 40%의 재접속을 유도하거나 ‘FC온라인’이 3년 연속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데에도 이 플랫폼이 활용됐다.넥슨은 이 플랫픔으로 개인화 광고에서 기존 대비 유저 체류율(리텐션)을 164% 늘리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내외의 여러 부서들과 협업해 게임스케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꾸준히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넥슨 AI의 기술의 다음은...사람 같은 NPC
인텔리전스랩스는 생성 인공지능(AI)을 게임에 접목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이용자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데서 AI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은 “넥슨만의 AI 모델을 만들기보다 현존하는 AI 모델을 갖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생성 AI의 자체 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AI로 이용자가 자신의 게임 스타일에 따라 게임 자체와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얘기다.이 연구소가 AI를 활용한 대표적인 성과물이 ‘넥슨 보이스 크리에이터’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성우나 게임 개발자의 녹음 없이도 실제 목소리, 억양과 유사한 음성을 NPC에 입힐 수 있다. 게임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이나 특성에 따라 개인화된 정보를 음성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 기술과 실제 음성 데이터의 특징을 추출하는 기술을 동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음성에 한국어의 특성과 감정 표현을 더할 수 있게 돼 게임 상황에 어울리는 음성 합성이 가능해졌다는 게 넥슨 관계자의 설명이다.인텔리전스랩스가 최근 집중 연구하는 기술은 ‘AI NPC’다. 게임 내 캐릭터가 정해진 스크립트에서 벗어나 이용자와 직접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게임 세계관의 범주 내에서 NPC가 다양한 대화나 활동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NPC가 이용자의 현재 상황에 맞춰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게임 속 세계를 현실과 가깝게 구현해 이용자의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이 연구소의 방향성과 부합하는 기술이다.AI 윤리와 개인화 콘텐츠에 집중
AI 윤리도 인텔리전스랩스가 관심을 두는 사안이다. 기술 발전을 윤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AI에 대한 이용자 경험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AI NPC는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므로 부정확하거나 거짓된 정보를 전달할 우려도 있다. 편향되거나 차별적인 발언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텔리전스랩스는 기존에 확보했던 욕설 및 도용 범죄 탐지 기술을 AI에 학습시키고 있다. 생성 AI 기술 활용에서 고려돼야 할 윤리 정책을 세우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이용자들이 미리 게임 관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인 ‘넥슨 실험실’을 통해 이용자 개인화 콘텐츠를 지속 시험할 예정이다. 배 본부장은 “게임 몰입도와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것뿐 아니라 기존에 경험한 적이 없던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겠다”며 “이를 위해 생성 AI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기술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