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스타검사'의 불법 수사…처벌은 불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인정됐지만 공소시효 지나
퇴직 후 로비명목 돈받아 변호사 자격도 이미 박탈돼
법원이 15년 전 발생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피고인 부녀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하며, 당시 수사 검사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고 재심 사유를 밝혔다. 검사의 불법 수사로 피고인 부녀가 살인죄 등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판단인데, 재심이 진행되더라도 해당 수사 검사의 불법 수사에 대한 처벌은 공소시효 등이 지나버려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2009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막걸리를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미궁에 빠지면서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했으나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A 검사(현재는 퇴직)가 숨진 피해자 중 1명의 남편과 딸을 범인으로 지목해 해결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경찰 수사로 막걸릿병 안에서 청산가리 성분을 발견했지만, 누가 어떻게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어 피해자들을 살해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A 검사는 청산가리 살인사건 피고인 부녀 중 딸 B씨가 이웃 주민에게 성폭행당했다고 고소한 별도 성범죄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하고 있었다.

A 검사는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 남성을 '무혐의' 처분하고 대신, 딸 B씨를 '무고' 혐의로 조사하며 그녀로부터 "청산가리와 막걸리를 구해 마당에 놓아 어머니가 마시게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사건 경위에 대해 B씨의 진술은 오락가락했지만, A 검사는 무리하게 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사건 해결의 핵심인 청산가리와 막걸리를 B씨가 구입한 경위를 정확하게 밝히지 못했는데, A 검사는 '아버지가 공범이었다'는 의심으로 이를 해결하려 했다.
수사관과 함께 회유와 유도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자고 했다"는 B씨의 진술까지 받아낸 A 검사는 그래도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을 꿰맞추기 위해 자신이 단정해 놓은 사건의 방향을 B씨에게 주입해 사건 정황 진술도 억지로 꾸몄다. 그런데도 1심 법원이 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A 검사는 적극적으로 항소에 나섰고, 2심은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으며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돼 A 검사는 일약 스타 검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한 광주고법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에게 생각을 주입해 유도 신문했고, 의도대로 진술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양형에 대한 보상을 설명, 수사 방향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신문 방법은 사회 통념상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위법한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검사의 불법 수사가 드러난 셈이지만, 검사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B씨에 대한 검사의 불법 피의자 심문은 2009년 8월에 이뤄졌는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소시효 7년이 이미 지나 버렸기 때문이다.

10년 전 퇴직한 '스타 검사'의 추락은 변호사 개업 후 이미 시작됐다.

2013년 갑작스레 검사직을 사직하고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현재는 변호사 자격도 박탈된 상태다.

2017년 사무장 병원 사건 의뢰인에게 검사 로비 명목으로 수임료와 별도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을 대법원 확정판결 받았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A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