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붕괴가 금리 인하 유도 가능성…지정학 최대 위험" [미국경제학회 2024]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 "은행이 경제 약점"
대출 강화 등으로 개인 소비 위축...기준금리 인하 유도
존 테일러 "2% 인플레이션 목표 변한 없어야"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인플레이션 다시 오를 수도"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
올해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적인 통화 정책이 기업과 개인의 투자 및 소비 여건을 악화시켜 종국엔 금리 인하를 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주목받았다.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6일(현지시간) ‘미국 부채와 재정적자: 지속 가능한 길인가’라는 세션 발표를 이처럼 주장했다. 미국경제학회에선 다이넌 교수 외에도 다양한 학자들이 통화정책 전망을 내놨다. 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은행 부문이 경제 약점”


다이넌 교수는 이 자리에서 “미국 경제가 수요 붕괴로 Fed의 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말하는 수요 붕괴란 개인과 기업의 소비 및 투자 여건 악화를 뜻한다. 다이넌 교수는 “은행 부문에서 발생하는 경제의 숨겨진 약점으로 수요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에선 Fed의 통화 긴축 정책이 은행 대출 및 신용 조건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 대출 및 신용공여 등에 의존하는 개인과 기업들은 리파이낸싱 상황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거나 대출을 회수당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개인의 소비 둔화와 기업의 투자감소가 심각해질 경우 Fed는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다는 게 다이넌 교수의 분석이다.

다이넌 교수는 반대의 가능성도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Fed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대만과 중국의 갈등으로 반도체 산업에 차질이 빚어지면 공급망 충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대만의 전술정보 시스템 유지를 위한 3억 달러 규모의 장비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이에 대응해 미국 방산업체 5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미국 대만 간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는 중이다.다이넌 교수는 “10~20%의 확률로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관련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플레 2% 목표 지켜야”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앞서 5일(현지시간) 전 세계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근거를 마련한 테일러 준칙 창시자 존 테일러 스탠퍼드 교수의 발언도 미국경제학회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방법’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 ‘2%’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테일러 교수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부터 뉴욕 월가에서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현재 2%에서 3% 이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받는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Fed의 통화정책이 테일러 준칙에 비해 뒤처졌다고 표현했다. 테일러 준칙이란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테일러 교수가 언급한 “뒤처졌다”는 표현은 Fed의 통화 정책이 테일러 준칙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테일러 준칙대로라면 Fed는 계속해서 물가상승률 목표 2%에 도달할 때까지 꾸준히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그는 Fed의 통화 정책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물가상승률 2% 목표치에 도달하는 노력을 계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섣불리 그만두는 것에 대한 경고다.

“인플레이션 다시 오를 수도”

로리 로건 미국 댈러스 연은 총재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 가운데선 로리 로건 미국 댈러스 연은 총재가 유일하게 미국경제학회에 참석했다. 로건 총재는 6일(현지시간) 열린 ‘시장 모니터링 및 통화 정책 시행’ 세션에서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월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물가 안정 작업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이 냉각하는 모습은 좋은 소식이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를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급망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협,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을 대표적인 리스크 사례로 언급했다.

로건 총재는 “충분히 긴축적인 금융 조건을 유지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해 우리가 이룬 진전을 되돌릴 위험이 있다”며 “아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샌안토니오=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