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여행소비는 '활활'…"팬데믹 이전의 90% 넘게 회복"

이커머스·TV홈쇼핑 여행상품 '불티'…국내여행 붐도 여전
이젠 '보복소비' 아닌 '보복여행'…"먹는 것 아껴 떠난다"

지난해 유통업계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엔데믹'(endemic·풍토병화한 감염병)이었다. 사람들은 엔데믹 선포를 기점으로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아갔다.

자연스럽게 여행산업도 기지개를 켰다.

2021∼2022년이 '보복 소비'의 해였다면 지난해는 '보복 여행'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유통업계 관련 거래액 수치로도 나타난다.

8일 전자상거래업체 티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 카테고리 거래액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92%까지 회복했다.

2022년 해외여행 거래액이 2019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 점에 비춰 눈부신 회복세다. G마켓에서는 지난해 해외여행 거래액이 팬데믹 이전의 80%까지 회복했다.

위메프의 경우 지난해 여행 부문 전체 거래액이 전년보다 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억눌린 여행 수요가 분출하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탔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TV홈쇼핑업체 GS샵은 지난해 최고 히트 상품으로 여행을 꼽으며 "사람들이 고물가에 외식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여행은 떠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1월 GS샵의 여행상품 주문(예약 상담)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 늘었다.

이는 팬데믹 전인 2019년과 비교해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여행 목적지별로 보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비교적 단거리 여행지 패키지를 찾는 수요가 두드러졌다.

티몬에서 판매하는 일본 여행 패키지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 거래액이 2019년 대비 10배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엔저 현상으로 여행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폭발적인 국내 여행 증가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티몬의 국내(내륙) 여행 거래액은 2019년에 비해 오히려 31% 늘었다.

제주 여행은 98% 급증했다.

G마켓의 경우 지난해 국내 여행 거래액이 2019년보다 30%가량 늘며 전체 여행 카테고리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해외여행이 막힌 팬데믹 기간 국내로 방향을 튼 여행 수요가 엔데믹에도 꺾이지 않은 셈이다.
티몬의 국내 여행 거래액은 2022년 이미 2019년 수치를 넘어섰다.

당시만 해도 해외 여행이 여의치 않아 국내 여행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난해 엔데믹 선포와 함께 해외여행이 거의 정상화했음에도 여전히 국내 여행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은 다소 의외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국내 여행 활성화 대책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국내 여행에 대한 시민의 인식 개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몬 관계자는 "팬데믹은 국내 여행의 가치를 재발견한 계기였다"며 "사람들이 국내에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국내 여행 선호도가 부쩍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유통업계는 이런 보복 여행 추세가 올해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이달부터 적용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하 소식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엔데믹 2년 차에 접어들며 해외여행 패턴이 단거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여행지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변화도 감지된다.

티몬이 집계한 올해 2월 출발 기준 해외 항공권 예약 순위를 보면 유럽 주요 도시와 함께 하와이, 호주 시드니 등이 15위권 내에 포진하며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유통업계는 올해 여행·관광 시장이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고 여행 사업 부문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티몬은 국내외 여행사 및 해외 관광청과의 협업을 강화해 티몬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미 홍콩관광청과 함께 오는 19일까지 홍콩행 항공권을 최대 50% 할인하는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자체 진행하는 '티몬투어 여행박람회' 등 다양한 이벤트·행사를 통해 모객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위메프는 2019년 처음 선보인 여행 전문관 'W여행레저'에 항공·숙박·액티비티 등을 한데 모아 국내외 모든 종류의 여행 상품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도록 리뉴얼하는 등 이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이외에 G마켓은 지난해 4월 여행 상담이 필요한 고객과 여행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개시한 데 이어 6월에는 클릭 한 번으로 항공권 예약과 결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외항공권 간편 예약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신세계그룹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인 '신세계유니버스클럽' 고객에게 항공권을 포함한 여행 상품을 특가에 제공하는 '프리미엄 항공 라운지' 프로모션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