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에서 벗어나 도전하라?… 사돈남말하는 모험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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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월드' [영화 리뷰]"누구나 안전지대에 머물고자 하는 관성이 있습니다. 오리들의 이야기지만,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 안으로 숨으려 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린 영화죠."
'미니언즈'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7년 만에 오리지널 스토리 내놔
'비행 액션' 등 시각적 요소 볼만
뻔한 스토리텔링에 지루함 느낄 수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크리스 멜라단드리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신작 '인투 더 월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의 원제는 '이주(Migration)'. 작은 연못에서의 삶에 안주하던 오리 가족이 새로운 땅을 찾아 모험하는 줄거리다. 10일 개봉하는 '인투 더 월드'를 보고 나면, 이 영화야말로 '안전지대'에 머물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디서 본 듯한 전개 방식 등 기존 애니메이션들이 보인 안전한 흥행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오리로 설정한 만큼 '비행 액션' 등 시각적인 요소는 어린 관객들이 즐기기엔 충분하다. 익숙한 플롯에 지친 성인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는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산하 일루미네이션이 7년 만에 내놓은 오리지널 스토리다. 일루미네이션은 지난해 '바비'에 이어 글로벌 흥행 2위를 기록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제작비 7000만 달러로 5억4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인 '슈퍼배드'(2010) 등을 선보인 '알짜' 제작사로 통한다. 문제는 '슈퍼배드' 시리즈의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2015)의 강아지 '맥스' 이후 이렇다 할 오리지널 캐릭터가 없었다는 점이다. 닌텐도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흥행에도 마냥 웃을 수 없던 이유다. 멜라단드리 대표는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을 하겠다는 일루미네이션 창립 당시의 미션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인투 더 월드'가 오리 캐릭터들의 시각적 요소에 특히 공들인 이유"라고 말했다. 작품의 영상미는 볼만하다. 작은 연못과 뉴욕 시내의 마천루, 교외의 오리 농가 등 다채로운 풍경이 보는 맛을 더한다. 입수와 비행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깃털 하나하나의 섬세한 움직임도 구현했다. 제작진이 직접 스튜디오로 공수해 온 오리들을 관찰하며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거친 결과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기시감이 든다. 과잉보호를 일삼는 아빠('맥')와 낯선 세계를 동경하는 아들('덱스')의 갈등은 이미 지겹도록 본 소재다. 자기들을 도축하려는 인간을 피해 도망가는 오리 농가 에피소드는 24년 전에 개봉한 '치킨 런(2000)'을 연상케 한다. 곤경에 처한 부모를 대신해 자녀들이 활약하는 클라이맥스는 '인크레더블'(2004) 등 가족 애니메이션의 단골 전개 방식이다.
참신한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부모·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에 '댄 아저씨'를 더한 5인 체제를 구성한 점이 그렇다.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무기력한 아저씨'로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성을 입혔지만, 약방의 감초 정도로 소모되는 데 그친다. 도시에 살며 한쪽 다리를 잃은 비둘기 '멍첨프', 오리들을 해친다는 오해를 받는 '왜가리 부부' 등의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더 부각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신에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전형"(The Age), "'치킨 런'의 하위호환"(Otros Cines) 등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해 12월 22일 개봉 직후 1245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같은 해 4월 개봉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개봉일 기록 1억4636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