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대 위는 '텍스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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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원작 연극·뮤지컬 봇물소설 속 주인공이 종이 밖으로 나와 눈앞에서 걸어 다닌다. 글자로 설명된 시간과 공간은 무대 세트와 조명으로 펼쳐지고, 캐릭터의 말과 행동은 배우의 살아 있는 표정과 움직임, 춤과 노래로 표현된다.
빅토르 위고 '노트르담 드 파리'
6년 만에 한국어 공연 올라
몬테크리스토·레베카 등
소설 원작 공연으로 재탄생
이미 검증받은 작품성·완성도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
최근 소설을 무대화한 뮤지컬과 연극이 잇달아 개막하거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도 무대만이 낼 수 있는 현장감으로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평가다. 수세기 전 쓰인 고전부터 최근 발표된 국내 소설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이 공연예술로 재탄생하고 있다.
600쪽 넘는 소설을 뮤지컬로
8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어 공연이 6년 만에 개막한다. 이 뮤지컬은 프랑스 문학의 대가 빅토르 위고가 1831년 발표한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비극적인 사랑과 15세기 파리의 혼란스러운 사회상 등을 다룬 소설이다.600쪽이 넘는 분량의 원작 소설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이 뮤지컬은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이후 큰 인기를 얻어 지금까지 세계에서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다. 노트르담 성당을 상징하는 대규모 세트와 100㎏이 넘는 거대한 종, 가고일 석상 등 소설에 묘사된 배경을 재현한 웅장한 무대가 특징이다.
얼마 전 개막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와 ‘레베카’도 각각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몬테크리스토’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대하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1845)이 원작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된 젊은 선원 에드먼드 단테스가 탈옥한 뒤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장면 등이 무대 예술로 재현하기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더해졌다.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쓴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이 밖에 공연 중인 뮤지컬 ‘드라큘라’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도 모두 원작 소설의 탄탄한 서사와 화려한 무대 연출이 조화를 이뤄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둔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연극과 소설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이다. 이달 20일 개막하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무대화했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는 24시간의 과정을 담았다. 이 연극의 독특한 점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1인극 형태로 각색했다는 점이다. 21일 개막하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도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이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소설을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많은 독자에게 이미 검증받은 원작의 작품성과 완성도 때문이다. 원작의 매력적인 줄거리나 캐릭터가 공연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공연 홍보에도 유리하다. 관객 입장에선 원작 소설과 공연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전이나 해외 작가의 소설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최근에 쓰인 국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도 활발하게 제작되는 추세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 <원더보이>,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 <유진과 유진> 등도 뮤지컬로 만들어진 바 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소설을 공연으로 제작할 때 원작을 수정 없이 그대로 가져가면 너무 설명적이거나 현장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고, 지나치게 많이 각색해도 원작을 선택한 장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대본을 새로 쓰는 것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